←
로그인 💬 댓글 0

AI목회.. 도구의 시대를 넘어
대리인의 시대인가

교회사역으로는 교육국 교사 전체 세미나를 준비하고, 여러 사역과 내일 신앙수련회 강의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프로그램을 보며, 이 내용은 AI 목회에 관심 있는 분들과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나누어 봅니다.

지금이 전환의 시기인지, 아니면 본질을 더 깊이 붙들어야 할 시기인지 저 역시 아직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저는 여전히 목회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AI와 그 도구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점점 더 깊이 들어올수록, 그 바깥에서 AI와 신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자리 또한 함께 열려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구에서 대리인으로

한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한 사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기술 소개라고 생각하며 보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노동 방식과 판단 구조, 더 나아가 존재 방식 자체가 재편되는 전환점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KBS 「시사기획 창」에서 방영된 '나의 완벽한 비서 – AI 에이전트 시대'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영상 속 사례들은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현실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영상 속 한 인물은 하루 30분 정도만 시스템을 확인했습니다. 나머지 시간 동안은 에이전트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며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그는 더 이상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를 승인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해 온 것이 '도구'였다면, 이제는 '대리인'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LLM과 에이전트의 결정적 차이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해온 ChatGPT, Gemini, Claude와 같은 시스템은 인간의 입력(Prompt)에 대해 모델이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답을 생성하는 단일 실행 구조로 작동했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사고를 확장해주는 '인지 도구'였고, 주도권은 인간에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목표를 부여받으면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결과를 관찰하고 다시 수정하는 구조, 즉 ReAct(Reasoning and Acting) 기반의 반복 루프 시스템으로 작동했습니다.

💡
ReAct 구조란?

목표 설정 → 계획 수립 → 실행 → 결과 관찰 → 수정의 루프를 자율적으로 반복하는 AI 작동 방식. 인간의 승인 없이도 다음 단계를 스스로 결정합니다.

이 구조 안에서 AI는 더 이상 응답하는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행동하는 존재가 되었고, 저는 이것을 '판단과 실행의 일부가 인간으로부터 이양되는 사건'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목회 현장에 대입했을 때

심방 일정을 구성하라는 요청이 주어졌을 때, 기존 AI는 일정표를 제안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에이전트는 교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캘린더를 확인하며 직접 연락을 시도하고 이동 동선까지 최적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저는 동시에 강한 가능성과 깊은 긴장을 함께 느끼게 되었습니다. 에이전트 시스템을 목회에 적용할 수 있다면 목회자는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말씀과 영혼 돌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저는 멈추게 되었습니다. 가능성은 분명했지만, 방향은 도저히 선명하게 잡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적화된 목회가 목회인가

목회는 본래 효율성과 최적화의 논리로 설명되는 영역이 아닙니다. 한 영혼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 설명되지 않는 눈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신뢰, 그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기다리는 침묵은 어떤 알고리즘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영역입니다.

✝️
핵심 질문

과연 최적화된 목회가 목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에이전트 시스템은 Prompt Injection, Data Poisoning, Bias Amplification과 같은 문제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구조가 왜곡된 신학이나 세속적 가치에 영향을 받게 된다면, 성도들에게 전달되는 영적 방향 자체를 왜곡할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주체성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언제나 사용자, 즉 목회자의 주체성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의도를 증폭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목회자가 중심을 잃으면 그것을 더 빠르게 확장시킬 것이고, 반대로 영적으로 깨어 있다면 사역을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시대를 '누가 판단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더 지켜보시는 것이

가끔 저에게 AI 에이전트 시스템에 대해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실제로 목회 현장에 적용해도 되는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네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직은 목회 영역에서는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기술 자체를 부정하거나 거부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저는 이 기술이 얼마나 강력한지 누구보다도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만큼은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도구의 시대를 지나 대리인의 시대 앞에 서 있습니다. AI가 점점 더 많은 것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대신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붙들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목회란 무엇인가.

참고자료
KBS 시사기획 창 「AI 에이전트 시대」 · ReAct 논문 (Yao et al., 2022) · OpenAI/Anthropic Agent 개념 자료 · Stuart Russell, Human Compatible · OWASP LLM Security 보고서
손
손하람 목사
분당한신교회 부목사 ·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Th.D. 과정
기장 교단 내 AI목회 연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AI를 효율화 도구가 아닌 신학적 사유의 파트너로 탐구합니다.

나눔

0개
손
목사님, 나눔을 남겨주세요
아직 나눔이 없습니다. 첫 번째 나눔을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