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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R 조사로 본 AI와 영적 돌봄 | 영성은 아는 사람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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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월 28일) 나온 NPR·Ipsos 공동 여론조사는 목회 현장에 안도감과 질문을 함께 안겨 줍니다.

미국 성인 가운데 AI를 써 본 사람은 약 61%입니다. 그런데 그중 신앙이나 영적인 조언을 AI에게 구해 본 사람은 11%, 기도문을 만들어 본 사람은 13%, 성경이나 경전 공부에 써 본 사람은 15%에 그쳤습니다. AI 이용자의 69%는 "영적 지도를 AI에게 절대 구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도구는 이미 일상이 됐는데, 영혼의 일만큼은 여전히 쉽게 맡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벼랑 끝에서는 얼굴을 찾는다

어려운 개인 문제로 조언을 구할 때 누구를 찾겠느냐는 물음에는 가족(66%)과 친구(63%)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종교 지도자는 28%, AI는 26%였습니다.

조사는 8월 7일부터 9일까지 미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했고, 오차 범위는 ±3.6%포인트입니다. 한국 교회의 사정과 그대로 같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게 읽힙니다. 사람들은 삶이 흔들릴 때 자기를 아는 얼굴을 먼저 찾습니다.

한편으로 마음에 걸리는 숫자도 있습니다. 종교 지도자(28%)와 AI(26%)가 거의 나란히 서 있다는 점입니다. 목회자가 가족과 친구 다음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기계와 비슷한 자리에 놓여 있다는 것은 교회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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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AI를 찾는 이유

사람 대신 AI를 찾는 이유로는 "언제든 기다리지 않고 쓸 수 있다"(31%)와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29%)가 앞섰습니다. "판단받고 싶지 않다"(23%), "사람보다 더 솔직해질 수 있다"(18%)는 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반면 47%는 이런 일에는 아예 AI를 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앞의 두 이유는 편의의 문제입니다. 뒤의 두 이유는 마음의 문제입니다. 교회가 더 아프게 들어야 할 것은 뒤쪽입니다.

판단받기 싫어서, 사람 앞에서는 솔직해질 수 없어서 기계를 찾는다면, 그 사람이 교회에서 느꼈을 공기가 어땠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목양실 문을 두드리기까지 몇 번을 망설였을까. 털어놓은 이야기가 다음 주 구역 모임에서 돌지는 않을까 걱정하지는 않았을까.

편의와 익명성이 AI로 가는 문을 여는 만큼, 교회는 심방과 상담의 문턱을 더 낮추고 그 자리를 더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숙제를 받았습니다. 밤 열한 시에 문자를 보내도 괜찮은 목회자, 무슨 말을 해도 밖으로 새지 않는 목양실. AI가 흉내 내는 '언제든'과 '판단 없이'를 사람이 먼저 보여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판단받기 싫어서 기계를 찾는다면,
교회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우리 공동체의 공기다.


강단 앞에서 시작된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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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Anglican Journal》은 설교에 AI를 쓰는 문제를 두고 성공회 목회자들의 생각이 저마다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교구의 에밀리 가르시아 신부는 지난 5월 '성 던스턴 서약'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150명이 넘는 설교자와 교회 지도자가 서명했고, 그 가운데 캐나다 성공회 사제도 여남은 명 있습니다. 서명자들은 설교를 준비하는 어떤 단계에서도 생성형 AI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구상도, 초안도, 완성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대신 음성 메모나 음성 변환, 맞춤법 검사, 기본 검색 같은 생성형이 아닌 도구는 허용합니다. 설교의 생각과 문장은 사람이 책임지겠다는 선을 그은 셈입니다.

토론토의 매기 헬위그 신부도 서명했습니다. 그는 설교를 "성육신적 행위"라고 불렀습니다. 고대 본문을 공동체의 삶 앞에서 읽으려면, 그 본문과 오래 씨름한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퀘벡의 그레이스 버슨 신부는 설교에 AI를 쓰는 것을 소명을 내려놓는 일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안수받을 때 받은 은사를 스스로 쓰겠다고 서약한 사람으로서의 고민입니다.

반대편 목소리도 있습니다. 테이 모스 신부는 AI를 주석이나 옛 설교 모음처럼 설교 준비 도구함에 든 또 하나의 도구로 보자고 합니다. 전면 금지보다 신학적으로 섬세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주교는 AI를 연구 보조자처럼 쓰되, 썼다면 그 사실을 밝히라고 권했습니다.

캐나다 성공회 총회 협의회는 지난 6월, 생성형 AI를 신실하게 다루기 위한 '안내 덕목'을 마련할 AI 윤리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로 결의했습니다. 금지와 활용 사이의 긴장이 이미 강단 앞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설교는 왜 '성육신적'인가

헬위그 신부의 표현을 조금 더 붙들어 보고 싶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고 요한은 씁니다(요 1:14). 하나님은 멀리서 문장을 보내지 않으셨습니다. 몸을 입고 한 동네에 사셨고,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셨고, 그들의 식탁에 앉으셨습니다.

설교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좋은 설교는 좋은 문장의 조합이기 전에, 한 주 동안 이 성도들과 함께 산 사람이 이 본문을 들고 그들 앞에 서는 일입니다. 누가 지난주에 아버지를 잃었는지, 누가 실직했는지, 누가 오랜 기도 제목에 응답을 받았는지 아는 사람이 같은 본문을 읽으면, 문장이 달라집니다. AI는 본문에 대해 더 많이 알 수는 있어도, 이 회중을 알지는 못합니다.


한 줄짜리 시험 — "이 일이 누군가를 아는 것을 요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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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9월 24일) Exponential에 실린 케니 장의 글은 그 경계를 더 구체적으로 그었습니다.

그가 인용한 '2026 교회 AI 실태조사'에서 교회 지도자의 31%는 목양과 돌봄에 AI를 쓰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 불편함을 머뭇거림이 아니라 올바른 경계를 향한 본능으로 읽습니다.

그리고 절대 AI에 넘기지 말아야 할 일 열한 가지를 꼽습니다.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 내가 알던 사람의 장례 메시지, 어떤 상담 기록이든, 권징과 회복을 위한 대화, 구제 대상을 정하는 결정, 교회 위기 때의 공식 입장, 개인적인 사과, 미성년자의 사적인 사안, 한 사람의 소명에 대한 분별, 내가 드리는 것처럼 보이는 기도, 그리고 무엇을 가르칠지에 대한 최종 신학적 판단입니다.

이 목록을 하나로 묶는 질문은 한 줄입니다.

이 일이 누군가를 '아는 것'을 요구하는가?

관계와 역사, 비밀을 지켜 줄 신뢰가 필요한 일은 사람이 합니다. 그 사람을 몰라도 할 수 있는 생산, 정리, 연구는 기계에 맡겨도 됩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모델은 상실에 관해 당신이 평생 읽을 것보다 많은 글을 읽었을지 모르지만, 문장을 끝까지 잇지 못하는 과부와 한 방에 앉아 본 적은 없다고. 차갑지만 정확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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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가지를 세 묶음으로 읽어 보면

목록을 가만히 보면 세 묶음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곁에 있어야 하는 일입니다. 위기 문자, 장례 메시지, 개인적인 사과. 이 말들은 내용보다 누가 보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AI가 썼다는 걸 아는 순간 위로는 사라집니다.

둘째는 비밀을 맡는 일입니다. 상담 기록, 미성년자의 사안, 권징과 회복의 대화. 이 자리에서 오간 말은 그 사람과 목회자, 그리고 하나님 사이에만 있어야 합니다. 외부 서버에 한 줄이라도 넘어가는 순간 신뢰의 전제가 깨집니다.

셋째는 책임지고 판단하는 일입니다. 구제 대상 결정, 위기 때의 공식 입장, 소명의 분별, 가르침의 최종 판단. 이 결정에는 이름이 붙어야 합니다. 나중에 누군가 "왜 그렇게 정했느냐"고 물을 때, "AI가 그렇게 추천했다"고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남습니다. 내가 드리는 것처럼 보이는 기도. 기도문 초안을 AI로 만들어 보는 사람이 13%라는 NPR 조사와 겹쳐 읽으면 더 무겁습니다. 대표기도나 중보기도는 공동체 앞에서, 공동체를 대신해 하나님께 드리는 말입니다. 그 말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면, 그 자리에 선 이유가 흐려집니다.


알려지는 자리를 비우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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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소식이 가리키는 곳은 같습니다.

성도들은 이미 AI로 정보를 찾고, 기도문 초안도 만들어 봅니다. 그래도 삶의 벼랑 끝에서는 자기를 기억해 주는 얼굴을 찾습니다. 설교단과 심방 자리, 장례식장과 위기 상담실이 바로 그 '알려지는 자리'입니다.

예수님은 자기 양을 "각각 그 이름으로 불러" 인도하신다고 하셨습니다(요 10:3). 목자는 양 떼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양의 이름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선한 목자는 양을 알고, 양도 목자를 압니다(요 10:14). 이 '앎'은 데이터가 아니라 함께 지낸 시간에서 나옵니다.

덜어 낸 시간은 어디로 가는가

목회자가 AI로 행정 부담을 덜고 자료를 모으는 것은 지혜로운 일일 수 있습니다. 주보 문구를 다듬고, 회의 자료를 정리하고, 본문의 배경을 찾아보는 데 쓰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반가운 일입니다.

다만 그렇게 덜어 낸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물어야 합니다. 그 시간이 또 다른 행정이나 더 많은 콘텐츠로 채워진다면, AI는 목회자를 성도에게서 더 멀리 떼어 놓는 도구가 됩니다. 아낀 한 시간이 병원 한 곳을 더 찾아가는 데, 전화 한 통을 더 거는 데, 목양실 문을 조금 더 오래 열어 두는 데 쓰일 때 비로소 AI는 목회를 돕는 도구가 됩니다.

마지막 신학적 판단과 돌봄의 말은, 그 사람을 알고 내일도 그 자리에 있을 사람이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가 경계할 것은 AI가 있다는 사실보다, 알려지기를 바라는 성도 앞에서 목회자가 먼저 자리를 비우는 일입니다.

경계할 것은 AI가 있다는 사실보다,
알려지기를 바라는 성도 앞에서
목회자가 먼저 자리를 비우는 일이다.


이번 주에 물어볼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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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AI에게 넘기려 했던 일 가운데, 사실은 누군가를 알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는가.

수첩에 이번 주 할 일을 적어 두고 하나씩 짚어 보십시오. 공지문 다듬기, 교안 자료 찾기, 회의록 정리. 이런 일은 맡겨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 목록 안에 "○○ 집사님께 위로 문자", "청년부 △△ 면담 정리", "장례 조사 초안"이 섞여 있다면, 그 줄에는 다른 색으로 표시를 해 두십시오. 그 일은 내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답이 우리의 AI 목회 윤리를 가장 짧게 말해 줄 것입니다.

무엇을 AI에 맡기지 않을지 교회가 함께 정하는 방법은 「교회 AI 위험대장 만들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부득이 문서를 넣어야 할 때 먼저 가리고 보내는 절차는 「Presidio로 교회 AI 입력 전 비식별화」에서 이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함께 읽기

· Presidio로 교회 AI 입력 전 비식별화 | 가리고 보내는 다섯 단계 — https://blog.naver.com/haramprok/224423852550· AI와 하나님의 형상 | 지능이 아니라 존엄, 교회들이 다시 묻는 인간다움 — https://blog.naver.com/haramprok/224423496503· 교회

AI 위험대장 만들기 | 도입 전 한 장으로 정하는 책임선 — https://blog.naver.com/haramprok/224425311627

참고 자료

· NPR/Ipsos, Most Americans skeptical

of turning to AI for spiritual guidance (2026.9.28 발표, 8.7~9 조사, 성인 1,011명, ±3.6%p)

· Matthew Puddister, Clergy opinions run gamut on AI use in sermons, Anglican Journal (2026.9.28)

· Kenny Jahng, 11 Ministry Tasks You Should Never Hand to AI, Exponential (2026.9.24)

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9. 29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