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0월 4일은 10월의 첫 주일이자 세계성찬주일입니다.
세계성찬주일은 1930년대 미국 장로교회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세계 여러 교단이 10월 첫 주일에 함께 지킵니다. 서로 다른 나라, 서로 다른 교회가 같은 날 한 떡과 한 잔 앞에 서는 주일입니다.
올해는 이 주일이 연휴 한가운데 놓였습니다. 3일 토요일이 개천절이고, 대체공휴일인 5일 월요일까지 사흘을 쉽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긴 주말이 찾아온 셈입니다.
그래서 이 주일의 예배당은 평소와 조금 다를 것입니다. 여행이나 고향 방문으로 빈자리가 생기고, 집이나 여행지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그날이 하필 성찬을 나누는 주일입니다.
아래 대표기도문은 이 세 가지, 곧 연휴로 생긴 빈자리와 영상으로 함께하는 성도들, 그리고 성찬을 함께 품도록 썼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 3분 남짓입니다. 교회 형편에 맞게 고쳐 쓰셔도 좋습니다.
예배와 기도 · 절기와 예배 · 고린도전서 10장 16-17절 · 손하람 목사
주일 대표기도문

우리가 축복하는 바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참여함이 아니며
우리가 떼는 떡은 그리스도의 몸에 참여함이 아니냐
떡이 하나요 많은 우리가 한 몸이니 이는 우리가 다 한 떡에 참여함이라
— 고린도전서 10장 16-17절
은혜와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시월의 첫 주일, 주님의 식탁 앞으로 저희를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들녘마다 곡식이 익어 가는 계절에, 저희는 주님께서 떼어 주신 떡과 부어 주신 잔을 기억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주님, 오늘 이 예배당에는 빈자리가 보입니다. 연휴를 맞아 먼 길을 떠난 가족들, 고향을 찾은 성도들, 일터를 지키느라 오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눈에는 빈자리가 없음을 믿습니다. 어디에 있든 오늘 주님을 부르는 모든 성도를 기억하여 주옵소서. 여행지의 작은 방에서, 부모님 댁 거실에서, 병상에서 화면을 켜고 함께 예배하는 이들의 예배도 기쁘게 받아 주옵소서.
오늘 저희가 떡과 잔을 받습니다. 이 떡이 그저 한 조각의 빵이 아니요, 이 잔이 그저 한 모금의 포도즙이 아님을 알게 하옵소서. 저희를 위해 찢기신 주님의 몸과 흘리신 주님의 피를 기억하게 하옵소서. 받을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격 없는 저희를 먼저 초대하신 은혜로 이 식탁 앞에 섭니다.
주님, 떡을 받기 전에 저희 마음을 살피게 하옵소서. 한 주간 품었던 미움과 서운함, 입술로 지은 죄와 마음으로 지은 죄를 주님 앞에 내려놓습니다. 형제와 화목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오늘 이 식탁 앞에서 먼저 풀게 하옵소서. 한 떡에 참여하는 저희가 한 몸임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오늘은 세계의 교회가 함께 성찬을 나누는 날입니다. 언어와 모습은 달라도 같은 주님의 식탁에 앉는 형제자매들을 기억합니다. 전쟁의 땅에서 숨죽여 떡을 떼는 교회, 박해 가운데서도 잔을 나누는 성도들, 가난 속에서도 주님의 식탁을 지키는 교회들 위에 주님의 위로와 평화를 더하여 주옵소서.
이 땅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개천절을 지나며 이 나라를 다시 생각합니다. 주님, 저희 민족을 불쌍히 여기시고, 갈라진 마음들을 이어 주옵소서. 나라를 이끄는 이들에게 정직과 지혜를 주시고, 약한 이들의 형편을 먼저 살피게 하옵소서. 교회가 이 땅에서 먼저 화해의 식탁을 차리는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지금 말씀을 전하실 목사님께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더하여 주옵소서. 선포되는 말씀이 떡을 떼는 우리 손에 믿음이 되고, 잔을 드는 우리 입술에 감사가 되게 하옵소서. 성찬을 준비하며 수고한 손길들, 찬양으로 섬기는 이들, 영상으로 이 예배를 멀리까지 전하는 이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기는 모든 이들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몸이 아파 이 식탁에 함께하지 못한 성도들, 병상에서 떡과 잔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주님이 친히 찾아가 주옵소서. 그들의 몸을 만지시고, 다시 이 자리에서 함께 떡을 떼는 날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연휴를 보내는 모든 가정에 쉼과 평안을 주시고, 오가는 길을 지켜 주옵소서. 다음 주일에는 오늘 빈자리들이 다시 채워지는 기쁨을 누리게 하옵소서.
우리를 위하여 몸을 내어 주시고 피를 흘려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목회자 자리에서 이 기도를 쓰며

대표기도문을 쓰면서 세 가지를 오래 붙들었습니다.
빈자리를 탓하지 않기
연휴 주일의 대표기도에서 가장 쉽게 나오는 말이 "오늘 나오지 못한 성도들"을 향한 아쉬움입니다. 그 말이 자칫하면 자리에 없는 이들을 향한 책망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날 자리를 지킨 성도들에게는 은근한 칭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기도에서는 빈자리를 '주님의 눈에는 없는 빈자리'로 불렀습니다. 떠난 이들이 어디서든 주님을 부르고 있기를, 그리고 다음 주일에 그 자리가 다시 채워지는 기쁨이 있기를 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화면 앞의 성도를 기도 안에 넣기
영상으로 예배드리는 성도들을 대표기도에서 따로 불러 주는 일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됩니다. 저도 병상에서 화면으로 주일을 드려 보니 알겠습니다. 기도 속에 "화면을 켜고 함께 예배하는 이들"이라는 한 줄이 들리면, 멀리 있어도 그 예배 안에 제 자리가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다만 성찬은 조금 다릅니다. 영상으로 예배하는 성도는 오늘 떡과 잔을 손에 받지 못합니다. 영상 예배에서의 성찬을 어떻게 다룰지는 교단과 교회마다 입장이 다르므로, 이 기도문에서는 그 문제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성찬에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 특히 병상에 있는 이들을 주님께 맡기고, 다시 함께 떡을 떼는 날을 구하는 것으로 기도를 모았습니다. 교회 형편에 따라 성찬 후 심방이나 병상 성찬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그 내용을 한 줄 넣으셔도 좋겠습니다.
성찬과 나라를 함께 품기
세계성찬주일과 개천절이 같은 주간에 겹치면, 자칫 기도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기 쉽습니다. 나라를 위한 기도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성찬의 자리가 흐려지고, 성찬만 말하면 이 땅의 교회로서 드려야 할 기도가 빠집니다.
그래서 순서를 성찬에서 세계 교회로, 세계 교회에서 이 땅으로 넓혀 가도록 짰습니다. 한 떡에 참여하는 우리가 한 몸이라는 고백은 교회 안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먼저 화해의 식탁을 차리는 교회가 되게 해 달라는 기도가 그 두 가지를 잇는 다리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떡이 하나요 많은 우리가 한 몸이니.
빈자리가 많은 주일에도,
주님의 식탁은 하나입니다.
기도문을 쓰실 때 참고하실 것

대표기도는 회중을 대신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입니다. 준비해 온 원고를 읽더라도, 그 주간 교회의 형편을 한두 줄 담아 주시면 기도가 훨씬 살아납니다.
성찬 순서가 있는 주일에는 대표기도에서 성찬을 너무 길게 다루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성찬 제정사와 성찬 기도는 집례하시는 목사님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위 기도문도 성찬을 준비하는 마음과 자기 성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연휴 주일에는 오가는 길의 안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속의 평안, 그리고 다음 주일의 만남을 한 줄씩 넣어 두면 좋습니다. 이 기도가 10월 4일 주일, 각 교회의 강단에서 조금이라도 쓰임받기를 바랍니다.
함께 읽기
· 2026 추석 가정예배 순서와 대표기도문 (3분) — https://blog.naver.com/haramprok/224421076548· 오늘의 기도 8 | 병상에서 영상예배로 드리는 주일, 교회를 위한 기도 — https://blog.naver.com/haramprok/224424282856
오늘의 기도 8 | 병상에서 영상예배로 드리는 주일, 교회를 위한 기도 (시편 42:4-5) ↗
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9. 30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