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사가 설교 준비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주석을 요약하고, 본문의 주제어를 정리하고, 예화를 찾는 정도였다. 설교 준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는 시간을 조금 줄여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나자 이상한 변화가 나타났다. 그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설교 관련 파일 앞에 앉아 있었다. AI가 일을 대신해 주었는데도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I는 그의 일을 줄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일에 붙들어 두고 있었다.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연구가 내린 결론은 꽤 불편하다. AI는 업무를 줄이지 않는다. 오히려 업무를 강화한다. 직원들은 더 넓은 영역의 일을 맡게 되었고, 더 빠르게 일하게 되었으며, 결국 더 오래 일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 변화가 누군가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스스로 더 많은 일을 떠안고 있었다.
이 연구는 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나는 그 글을 읽는 내내 목회 현장이 떠올랐다.
1. 설교가 아니라 '설교 공장'이 된다
AI가 목사에게 주는 첫 번째 변화는 능력의 확장이다. 예전에는 히브리어 사전을 뒤지며 시간을 들여야 했던 작업들이 이제는 몇 초 만에 초안으로 정리된다. 원어 분석, 주석 요약, 설교 개요 작성까지 한 번의 프롬프트로 가능하다. 예배 순서를 기획하고, 소그룹 교재를 만들고, 심방 편지를 준비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원래라면 여러 사역자나 직원들이 나누어 맡았을 일들이 점점 한 사람에게로 모이기 시작한다. AI가 지식의 빈 곳을 채워 주기 때문이다.
겉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유능함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부하가 쌓이기 시작한다.
목회 현장에서는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더해진다. 목사가 AI로 만든 설교 초안이나 교재는 대개 다시 검토되고 수정된다. 사역자들이 그것을 읽고 교정하고 신학적으로 걸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2차 노동이 생겨난다. 이 노동은 회의록에 남지 않는다. 슬랙 메시지나 복도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조용히 흩어진다.
2. 안식의 문턱이 사라진다
AI가 만드는 두 번째 변화는 일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다. AI는 일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마찰을 거의 없애 버린다. 월요일 아침, 빈 설교 파일을 바라보며 막막해하던 시간이 사라진다. 한 줄의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무엇인가가 바로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쉬는 날에도, 밥을 먹다가도, 잠들기 전에도 AI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것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목회의 탈진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조용히 쌓인다. 자발적으로 쌓인다. 심지어 즐겁게 쌓이기도 한다.
성도의 새벽 문자에 답하고, 주일 설교를 평일 내내 붙들고, 휴가 중에도 심방 일정을 조율하는 목회자에게 AI는 또 하나의 '항상 켜진 도구'가 된다.
3. 깊이가 아니라 속도가 쌓인다
AI를 사용하면 산출물의 양은 확실히 늘어난다. 설교 개요가 더 빨리 만들어지고, 주보 원고도 빠르게 작성되고, 교인들에게 보내는 안내 문자 역시 순식간에 정리된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준이 은근히 만들어진다. '이 정도 속도는 기본이다.' 누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그 기준을 내면화한다.
속도와 깊이의 역설
설교 준비에서 이 역설은 특히 두드러진다. AI로 30분 만에 만든 개요와 3시간 동안 씨름하며 만든 개요 사이에는 수치로 측정되지 않는 차이가 있다. 그것은 목사의 내면 깊은 곳을 통과해 온 말씀인지, 그렇지 않은지의 차이다.
- 속도가 올라가면: 생산성 지표는 좋아 보인다. 준비 시간 단축, 콘텐츠 다양화, 사역 범위 확대.
- 그러나 실제로는: 본문과 씨름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AI가 제안한 방향을 따르는 경향이 생긴다. 목사 자신의 영적 공백이 설교에 스며든다.
- 성도는 느낀다: 즉각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설교의 무게가 달라졌음을 직감한다.
4. 보이지 않는 2차 노동 문제
HBR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AI 도입 이후 조직 내 2차 노동(Secondary Labor)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교정하고, 맥락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이 새로운 노동으로 생겨난다.
목회 현장에서 이 2차 노동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 신학적 검토 노동: AI가 생성한 설교 초안의 신학적 정확성, 교단적 맥락, 목회 상황 적합성을 검토하는 시간
- 개인화 노동: AI가 만든 심방 편지나 위로 문자에 성도 개인의 이름과 맥락을 녹여 넣는 시간
- 사실 확인 노동: AI가 제시한 성경 구절, 역사적 사실, 인용문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시간
- 조율 노동: AI가 만든 초안을 팀원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커뮤니케이션 시간
이 노동들은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고, 분명히 시간을 잡아먹는다. AI 도입으로 절약된 시간이 이 보이지 않는 2차 노동으로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5. 목회에서 AI 프랙티스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HBR 연구진은 이 문제의 해법으로 조직 차원의 AI 프랙티스(AI Practice)를 제안한다. 개인의 자율에 맡기지 말고, 의도적인 멈춤과 인간적인 접지를 구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에서는 이 언어가 낯설지 않다. 우리는 이미 그 명칭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식 — 의도적으로 멈추는 구조. AI를 끄는 날, AI 없이 기도하는 시간.
묵상 — AI가 채우기 전에 먼저 비워두는 시간. 본문 앞에 홀로 앉는 시간.
공동체 — 혼자 AI와 씨름하지 않고, 동역자와 함께 분별하는 구조.
문제는 AI가 이것들을 대체한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AI를 사용하다 보면 그것들이 조용히 잠식된다는 데 있다. 설교 초안을 AI가 만들고, 기도 제목을 AI가 분류하고, 심방 편지를 AI가 쓸 때, 목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분명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더 많음' 속에 목사의 목소리가 얼마나 남아 있는가.
구체적인 실천 제안
HBR 연구가 제안하는 조직적 개입을 목회 현장에 맞게 번역하면 이렇다.
- AI 없는 시간 구조화: 매주 정해진 시간(예: 화요일 오전 기도 시간)은 AI를 열지 않는다. 이것은 자기 통제가 아니라 일정 설계의 문제다.
- AI 사용 로그 작성: 이번 주 AI로 처리한 일을 목록으로 써보라. 거기서 "내가 직접 해야 했던 것"이 무엇인지 식별한다.
- 동역자와 분별: AI가 만든 초안을 혼자 검토하지 말고, 신뢰하는 동역자와 함께 점검하는 루틴을 만든다. 2차 노동을 혼자 짊어지지 않는다.
- 속도 기준 재설정: "AI로 30분이면 되는데"라는 기준이 생겼다면 의심하라. 그 기준이 목회의 깊이를 잠식하고 있을 수 있다.
- 탈진 징후 모니터링: AI를 쓸수록 피로가 줄어드는가, 아니면 여전히 지쳐 있는가. 지쳐 있다면 AI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6. AI 시대 목회자에게 남은 질문
연구에서 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AI로 생산성이 올라가면 덜 일하게 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같거나 더 많이 일하게 됐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목사를 떠올렸다. AI 설교 보조 도구를 도입한 뒤 더 많은 설교를 준비하게 된 목사를. 더 바빠졌지만 더 얕아진 목사를.
AI는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맞다. 그러나 효율이 높아진 만큼 우리는 그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더 많은 일로 채울 것인가, 더 깊은 존재로 채울 것인가.
AI 시대 목회자에게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언제 내려놓을 줄 아느냐이다.
멈추는 것이 하나의 기술이 된 시대다.
목회자는 오래전부터 그 기술을 훈련받아 온 사람들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그 훈련을 AI 앞에서도 계속 지킬 수 있는가.
Aruna Ranganathan & Xingqi Maggie Ye, "AI Doesn't Reduce Work—It Intensifies It," Harvard Business Review, 20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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