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에 처음 온 사람이 밤늦게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성공회 예배는 왜 이렇게 진행되나요?"
평신도 지도자는 다음 날 심방을 앞두고, 공식 기도서의 어느 부분을 살펴야 할지 찾고 있을 수도 있다. 낮에는 목사님께 묻기 미안한 질문이고, 밤에는 물을 사람이 없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공개된 교회 문서를 찾아 주는 챗봇은 분명 쓸모 있어 보인다.
그러나 신앙에 관한 문장을 자연스럽게 말한다는 사실과 교회를 대표할 권한은 전혀 다르다. 미국 성공회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답하도록 만든 AskCathy와, 지금 그 주소에서 이어지는 EpiscoBot 사례는 지식의 범위를 좁히는 일만큼이나 운영 주체와 기록과 책임의 경계를 드러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미리 밝혀 둘 것이 있다. 이 글이 읽은 것은 공개 보도와 서비스의 현재 고지 문서뿐이다. AskCathy나 EpiscoBot의 실제 정확도, 이용 규모, 목회 시간의 절감, 신앙 형성의 효과를 입증하는 독립 평가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사례를 '검증된 디지털 목회자'가 아니라 공개 문서를 찾아 주는 실험으로 읽고, 우리 교회에서 시험한다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정리해 본다.
교단을 아는 봇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Christian Post는 2024년 8월 12일 보도에서 AskCathy를 소개했다. 버지니아신학교의 TryTank Research Institute와 Toronto United Church Council의 Innovative Ministry Center가 함께 개발해 그해 6월 시험 공개한 봇이다. ChatGPT의 당시 최신 버전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일반 웹 지식보다 먼저 참고하도록 별도의 '책장'을 두었다. 그 책장에는 성공회와 Anglican 전통에 관한 자료가 천 건 넘게 들어 있다고 한다. 교단 웹사이트의 문서, 총회 관련 자료, Forward Movement의 책과 자료, 그리고 많은 설교가 거기에 포함된다. 가능하면 사용자가 더 읽을 출처를 함께 제시한다는 구상이었다.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활용 범위는 교리와 역사, 예전, 교회 행정에 관한 질문, 그리고 평신도 지도자의 자료 탐색이다. 보도는 삼위일체와 교회 정치, 교회법과 징계 절차(Title IV), 찬송 선택 같은 예를 들었다. 개발 책임자인 로렌소 레브리하 목사는 평신도가 이끄는 회중이 성공회에서 가장 빨리 늘고 있는 부류라서 이런 도구가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예시는 평신도 지도자가 슬픔에 잠긴 가정을 어떻게 위로할지 물으면 봇이 기도문과 성경 구절, 어쩌면 찬송까지 추천해 주는 장면이다.
동시에 레브리하는 AI가 사람을 대신해서는 안 되며, 봇이 지역 성직자나 영적 지도자에게 조언을 구하도록 이끈다고 강조했다. "도구일 뿐, 결코 사람 사이의 만남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이다. 다만 이 설명은 운영진 인터뷰에 근거한 것이다.
이 보도는 같은 시기 맥락도 짚는다. 2023년 바나 그룹 조사에서 AI가 교회에 좋다고 답한 그리스도인은 22%였다고 한다. 가톨릭에는 2023년 7월에 나온 Magisterium AI가 이미 있었다. 교단 문서를 모아 두고 답하게 하는 접근은 처음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지금은 EpiscoBot이다
이 사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오늘의 모습이다. 2026년 10월 8일 현재 askcathy.ai 주소로 들어가면 영구 이전(301) 처리되어 episcobot.com으로 넘어간다. 현재 화면은 이 서비스가 Leporia Software와 TryTank가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밝히고, 이렇게 적는다. EpiscoBot은 미국 성공회의 제품이 아니다. 총회나 선교 법인과도 관련이 없다. 공개된 성공회 문서의 '자료실'을 바탕으로 답하려고 노력하지만 사람이 아니어서 오류가 생길 수 있으니 지역 성직자나 평신도 지도자와 상의하라고 한다. 화면 아래에는 Ecclesia라는 서비스로 구동된다는 표시도 있다.
이름과 기능이 바뀐 구체적인 경위는 현재 공개된 페이지들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TryTank 누리집의 Cathy 페이지에서는 이 서비스에 관한 설명을 찾지 못했다. 확인되는 것은 서비스가 다른 이름과 다른 고지 아래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회가 외부 서비스를 소개하거나 링크할 때는 이 점부터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소개된 이름과 지금의 운영 주체가 다를 수 있다.
출처가 있어도 곧바로 교회의 답은 아니다
자료를 제한한 챗봇은 일반 모델보다 근거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 그러나 자료실에 공식 문서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매 답변이 공식 해석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재 이용약관도 답변이 대규모 언어모델로 자동 생성되고, 전달되기 전에 성직자나 교회 관계자가 검토하지 않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분명히 밝힌다. 서비스를 만든 쪽이 이미 말하고 있다. 사용자는 매끄러운 문체보다 어떤 문서의 어느 대목을 어떻게 다시 쓴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교리와 예전에는 같은 단어도 문서의 종류와 권위, 제정 시점, 관할 지역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 총회의 결의와 공식 예배서, 교구의 지침, 교육용 해설, 한 설교자의 문장을 한 책장에 넣어도 서로 같은 규범이 되지는 않는다. AskCathy의 책장에 설교도 들어 있다는 점이 그 예다. 봇이 여러 문장을 매끈하게 합치면 이 차이가 사라진다. 질문에 출처가 표시되어도 링크를 열어 앞뒤 맥락과 날짜와 문서의 지위를 사람이 대조해야 한다.
우리 교회로 옮겨 생각하면 더 분명하다. 교단 헌법과 예배 모범, 총회 결의, 노회의 지침, 교회 내규, 목사님이 한 해 전에 한 설교와 주보의 공지는 같은 서가에 있어도 같은 무게가 아니다. 새로 온 성도가 "우리 교회는 세례를 어떻게 합니까" 하고 물었을 때 봇이 이 다섯 가지를 한 문단으로 섞어 답한다면, 틀린 문장은 하나도 없는데 전체가 틀릴 수 있다. 베뢰아 사람들은 바울의 말을 받고도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했다(행 17:11).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는 "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을 취하고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살전 5:21-22)고 했다. 듣는 쪽에도 헤아릴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다만 그 책임을 지려면 비교할 원문이 눈앞에 있어야 한다. 출처 링크는 이 확인을 돕는 장치이지 확인을 대신하는 장치가 아니다.

성경 번역문과 기도문, 찬송 자료의 저작권도 따로 살펴야 한다. 검색해서 찾을 수 있다는 것과 다시 써도 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질문이 삶의 상처에 닿는 순간
더 위험한 순간은 일반 질문이 개인의 이야기로 바뀔 때다.
"장례 예전의 순서는 무엇인가"와 "오늘 가족을 잃었는데 하나님이 왜 이러셨는가"는 같은 대화창에 들어와도 요구하는 책임이 다르다. 앞의 질문에는 문서가 답할 수 있다. 뒤의 질문은 문서 검색만으로 처리할 수 없다. 위기 상담, 학대, 자해 위험, 신앙적 죄책감, 가족 갈등을 자동 답변에 맡겨서는 안 된다. 봇은 결론을 늘어놓기보다 한계를 알리고, 이용자의 지역과 상황에 맞는 사람의 도움으로 넘어가게 해야 한다. 목회자의 영적 분별과 설교의 책임, 곁을 지키는 돌봄은 자료실의 크기로 대체되지 않는다.
예수님이 드신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는 이 대목에서 좋은 모델을 준다.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 만난 사람을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상처를 싸매 주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이튿날 주막 주인에게 돈을 내어 주며 말한다. "이 사람을 돌보아 주라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에 갚으리라"(눅 10:35). 그는 모든 일을 혼자 하지 않았다. 더 오래 돌볼 수 있는 사람에게 맡겼다. 그러나 맡기면서 책임을 놓지도 않았다. 돌아올 때에 갚겠다고 했다.
좋은 챗봇의 이관(hand-off)도 이와 같아야 한다. "저는 이 문제에 답할 수 없습니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를 알려 주고, 그 사람이 받을 수 있게 연결해야 한다. 이관의 끝에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주막 주인이 있고, 돌아와 갚겠다는 사마리아 사람이 있었다. 우리의 챗봇 끝에는 누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이 없다면 그 봇은 문 앞에서 사람을 돌려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화 기록이 곧 목회 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EpiscoBot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사용자의 질문과 메시지, AI의 응답, 세션의 시간 정보를 연구 목적으로 기록하며 대화 로그를 5년 보관한다고 적는다. 로그인하지 않은 경우에는 IP 주소, 위치, 기기 정보, 개인 식별용 쿠키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용자가 대화 안에 스스로 개인정보를 쓰는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로그인하면 이름과 전자우편, 전화번호, 쿠키가 수집된다. 답변은 OpenAI의 GPT 계열 모델로 생성되고 상호작용이 그 서비스에서 처리될 수 있다는 고지도 있다. 사용자는 피드백 양식을 통해 언제든 대화 데이터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정책은 2026년 3월 16일에 갱신된 것이며 이후 바뀔 수 있다.
이 사례는 "익명 대화니까 신앙 고민을 써도 된다"는 안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 준다. 이름을 넣지 않아도 소속 교회, 드문 사건, 가족 관계, 질병과 날짜가 합쳐지면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교회가 외부 챗봇을 소개할 때에는 이용자에게 먼저 이렇게 알려야 한다. 상담, 심방 내용, 기도제목, 교인 명부, 출석과 헌금, 재정, 인사, 아동과 청소년, 건강과 가족에 관한 정보는 입력하지 마십시오.
대화 로그를 교인의 신앙 상태나 사역 수요를 짐작하는 자료로 다시 쓰는 일도 피해야 한다. 연구 가치가 있다는 말은 그 기록을 목회 자료로 바꿔도 된다는 동의가 아니다. 삭제 요청과 비로그인 이용, 선택형 문자·전자우편 구독에 관한 설명이 있다고 해서 교회 실무자의 확인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보존 기간, 실제 삭제 절차, 하위 처리자, 정책이 바뀔 때의 알림, 계정 탈퇴 뒤에 남는 기록은 도입하는 시점에 다시 살펴야 한다.

한국 교회가 시험한다면 대답보다 이관을 측정하라

우리 교회가 이런 도구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순서가 있다.
첫째, 목적을 "공개 예배 안내와 승인된 교리 문서의 위치 찾기"처럼 한 문장으로 제한한다. 둘째, 공개가 승인된 최신 문서만 목록으로 만들고, 문서의 유형과 권위, 시행일, 저작권, 담당자와 만료일을 붙인다. 셋째, 상담 사례나 실제 교인의 질문을 복사하지 말고 합성한 시험 질문을 쓴다. 넷째, 정답이 있는 질문만이 아니라 문서에 없는 질문, 서로 충돌하는 규정, 오래된 일정, 위기 표현, 개인정보가 섞인 입력으로 봇이 거절하고 사람에게 넘기는지를 시험한다.
다섯째, 답마다 출처와 확인 날짜를 보여 주고, 근거를 찾지 못하면 추측하지 않게 한다. 여섯째, 목회자와 평신도, 개인정보 담당자, 접근성 관점의 검토자가 표본 답변을 원문과 대조한다. 평가는 대화 수가 아니라 근거의 일치, 불확실성 표시, 민감정보 입력 차단, 잘못된 권위 부여 여부, 사람과의 연결 성공으로 한다. 일곱째, 이용자에게 AI라는 사실과 운영 주체, 비공식 여부, 기록과 보존 기간, 삭제와 문의 방법을 대화하기 전에 쉬운 말로 알린다. 여덟째, 오류가 반복되거나 정책이 교회의 기준과 충돌하면 링크를 내리고 전화와 전자우편, 대면 안내로 돌아간다.

사람의 최종 검토는 공개하는 답변만이 아니라 운영 결정에도 필요하다. 챗봇이 자주 받는 질문이 곧 공동체의 공식 필요를 대표한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디지털 접근이 어려운 사람과 질문을 남기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는 로그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편향과 환각, 저작권, 접근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대화를 설교 예화나 홍보 자료로 쓰지 않는다.
이 모든 점검의 틀로 NIST의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를 빌려 쓸 수 있다. 자발적으로 쓰는 프레임워크로 2023년 1월 1.0이 나왔고, 2024년 7월 26일에는 생성형 AI의 고유한 위험을 짚은 별도의 프로필(AI 600-1)이 나왔다. 책임을 정하고 위험을 파악하고 측정하고 관리하는 일은 출시 뒤 민원이 생겼을 때가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프레임워크가 교회의 신학적 판단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좋은 책장은 문밖의 사람에게 길을 돌려준다

AskCathy에서 EpiscoBot으로 이어진 사례는 출처를 제한한 신앙 챗봇이 공개 문서의 입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동시에 비공식 서비스라는 고지, 사전 인적 검토가 없는 자동 응답, 긴 대화 보존과 외부 모델 처리라는 현실도 함께 보여 준다.
교회가 여기서 배울 핵심은 많은 답을 쌓는 기술이 아니다. 문서의 권위를 구분하고, 개인정보를 최소화하고, 출처를 사람이 확인하고, 질문이 삶의 상처에 닿는 순간 책임을 실제 공동체에 돌려주는 설계다. 좋은 목회 AI는 교회를 대신해 말하는 입이 아니라, 자신이 답할 수 없는 때를 알고 사람에게 길을 내주는 작은 안내대여야 한다.
그 안내대 끝에는 주막 주인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돌아올 때에 갚으리라" 하고 말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이 교회다.
주님, 편리한 길잡이를 반기되
그 길의 끝에 사람의 얼굴이 있게 하옵소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줄 알게 하시고
맡긴 것에 끝까지 책임지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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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Episcopal Church launches AI chatbot 'AskCathy', The Christian Post (2024.8.12)
EpiscoBot (episcobot.com, askcathy.ai에서 이동 확인) · Privacy Policy · Terms of Service (갱신 2026.3.16, 확인 2026.10.8)
AI Risk Management Framework, NIST (AI RMF 1.0 2023.1, Generative AI Profile AI 600-1 2024.7.26)
성경: 개역개정 눅 10:33-37, 행 17:11, 살전 5:21-22
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10. 8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