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교 한 편은 예배가 끝난 뒤에도 여러 모습으로 살아간다.
청각이 불편한 교우에게는 읽을 원고가 되고, 소그룹에는 토론 자료가 되며, 주보 담당자에게는 요약문이 된다. 해외에 나가 있는 가족이 시차 때문에 늦게 읽는 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매번 녹음을 처음부터 다시 들으며 옮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한 시간 가까운 설교를 받아 적는 데 서너 시간이 걸리는 일은 흔하다.
음성인식 도구는 이 반복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동으로 글이 나왔다"가 아니다. 녹음에서 배포본까지 누가 무엇을 확인하는지 분명한 작업선을 세우는 일이다. 듣는 일이 믿음의 길이라는 말씀을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바울은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 10:17)고 했다. 말씀을 더 많은 사람이 듣고 읽게 돕는 일은 귀한 일이다. 그만큼 잘못 옮긴 말씀이 퍼지는 일도 가볍지 않다.
미리 밝혀 둘 것이 있다. 이 글은 도구를 직접 써 보고 쓴 사용 후기가 아니다. OpenAI의 공식 문서와 모델 카드를 바탕으로 설계 원칙을 정리한 것이다. 속도나 정확도 같은 숫자는 우리 교회의 녹음으로 직접 재어 보아야 알 수 있다.
먼저 자료의 등급을 나눈다

가장 안전한 출발은 모든 음성을 같은 방식으로 다루지 않는 것이다.
공개 예배의 설교처럼 이미 공개를 전제로 한 녹음은 전사 후보가 될 수 있다. 반면 심방 대화, 상담, 기도제목 나눔, 교역자 회의, 아동과 청소년의 목소리는 편의를 이유로 외부 서비스에 올려서는 안 된다.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목적 없는 보관이나 재사용까지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법도 이 구분을 돕는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는 사상·신념, 건강 같은 정보를 민감정보로 묶고 원칙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한다. 사상·신념에는 종교적 신념에 관한 정보가 들어간다는 해설이 일반적이다. 교회의 상담과 기도제목 나눔은 바로 그 정보가 오가는 자리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로 청취하는 것을 금지한다. 대화 당사자가 자기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일과는 구별된다는 판단이 있지만, 교회가 심방이나 상담을 녹음해 전사하는 일에 이 조문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법률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하다. 이 글은 그것을 대신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공개 설교가 아닌 음성은 처음부터 이 작업선에 넣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교회는 파일마다 '공개 설교', '내부 교육', '민감 대화' 가운데 하나를 표시하고, 자동 전사는 앞의 두 등급 가운데 담당자가 승인한 것만 허용할 수 있다. 녹음 안내와 활용 목적, 보관 기간, 삭제 책임자도 미리 정한다. 공개 설교라 해도 예배 중 나온 개인 기도제목이나 즉석 언급은 잘라 낸 뒤 처리해야 한다. "오늘 수술받으시는 아무개 집사님을 위해 기도합시다" 같은 한마디가 그대로 자막이 되어 누리집에 올라가는 일은 막아야 한다. 개인정보 최소화는 거창한 법무 문구가 아니라, 필요 없는 음성을 애초에 보내지 않는 습관에서 시작한다.

로컬 전사와 API 전사는 다르다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OpenAI가 공개한 Whisper는 다국어 음성인식과 음성 번역, 언어 식별을 함께 하는 범용 모델이다. 코드와 모델 가중치는 MIT 라이선스로 공개되어 있다. 모델 카드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모은 68만 시간의 음성과 전사문으로 학습했고, 영어 비중이 가장 크며 영어가 아닌 데이터는 98개 언어에 걸쳐 있다. 어떤 언어의 성능은 그 언어의 학습 데이터 양과 관련이 있다고 카드가 설명한다. 한국어가 이 가운데 얼마나 잘 되는지는 우리 교회의 녹음으로 직접 시험해 봐야 한다.
교회가 감당할 컴퓨터와 관리 역량이 있다면 녹음 파일을 외부로 전송하지 않고 로컬에서 처리하는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 공식 저장소는 파이썬 3.8에서 3.11 사이와 최신 PyTorch를 전제로 하고, pip install -U openai-whisper로 설치하며, ffmpeg 도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모델 크기에 따라 필요한 그래픽 메모리도 다르다. 작은 모델(small)은 약 2GB, 중간(medium)은 약 5GB, 터보(turbo)는 약 6GB, 큰 모델(large)은 약 10GB를 적어 두었다. 파일 전체를 30초 단위 창으로 나누어 차례로 읽어 가는 방식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로컬이라는 말이 곧 안전 완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보안 업데이트와 저장 공간, 접근 권한을 교회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 노트북 한 대에 전사 파일과 원본 녹음이 함께 쌓여 있고 그 노트북을 아무나 열 수 있다면, 외부로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별 의미가 없다.
API 방식은 설치 부담이 작고 자동화하기 쉽지만 파일이 외부 사업자의 시스템으로 전송된다. OpenAI의 현재 음성-텍스트 문서는 파일 업로드 전사의 크기 상한을 25MB로 안내하고, 지원 형식으로 mp3, mp4, mpeg, mpga, m4a, wav, webm을 든다. 더 큰 녹음은 압축하거나 25MB 이하로 나누되 문장 중간을 피해 나누라고 권한다. 문장 중간에서 자르면 앞뒤 맥락이 끊겨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모델별 역할도 다르다. 이 문서에 따르면 낱말이나 구간 단위의 시간 표시와 자막 형식, 영어 번역은 whisper-1에서만 지원되고, 화자 구분은 별도의 diarize 모델이 맡는다. 일반적인 녹음 전사에는 다른 모델을 권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철자 힌트다. 권장 모델에서는 대화의 맥락을 알려 주는 프롬프트와 함께 귀에 들릴 것으로 예상되는 낱말을 직접 적어 줄 수 있다. 교회라면 그 설교에 나오는 인명과 지명, 교단 용어를 여기에 넣을 수 있겠다. 다만 문서는 이것이 '힌트'이므로 관련 있는 낱말만 넣으라고 한다. whisper-1의 프롬프트는 224토큰으로 제한된다. 기능과 모델 이름은 자주 바뀐다. 가격표나 기능명을 교회 문서에 고정해 두기보다 도입일과 분기마다 공식 문서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초벌 전사를 출판 원고로 착각하지 않는다
음성인식 결과는 원고가 아니라 검토를 기다리는 초벌이다.
Whisper 모델 카드는 몇 가지를 분명히 적는다. 예측에 "실제로 음성에 들어 있지 않은 문장"이 포함될 수 있다. 모델이 다음 낱말을 맞히는 일과 전사를 함께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문장을 되풀이하는 경향도 있다. 언어에 따라 정확도가 다르고, 억양과 방언에 따라 달라지며, 성별과 인종, 나이가 다른 화자 집단 사이에 오류율 차이가 있다고 카드가 명시한다. 그리고 실제로 쓰기 전에 사용하는 맥락에서 평가하라고 당부한다.
교회 언어는 여기에 더 어려운 조건을 얹는다. 성경 인명과 지명, 찬송가 제목, 교단 용어가 많아서 그럴듯한 오기가 특히 위험하다. "가나"가 지명인지 동사인지, 발음이 비슷한 성경 인물이 바뀌지 않았는지는 사람이 녹음과 대조해야 한다. 고령 화자의 발음이나 방언에서 오류가 늘 수 있으므로 한 사람의 성공 사례를 전체 설교자에게 일반화하지 않는다.
검수는 세 번으로 나누면 부담이 줄어든다. 첫째, 담당자가 재생 시간을 따라가며 누락된 문장과 덧붙은 문장을 확인한다. 둘째, 목회자가 성경 장절과 직접 인용, 신학적 표현, 적용 문장을 확인한다. 셋째, 편집자가 맞춤법과 문단을 다듬되, 설교자의 의미를 매끈한 문장으로 바꾸어 버리지 않았는지 살핀다. 확신할 수 없는 대목은 추측으로 메우지 말고 [청취 불명확 18:42]처럼 시간과 함께 남겨 다시 듣는다. AI 요약은 이 검수가 끝난 전사본에서만 만들고, 요약도 원문과 대조한다. 디모데후서 2장 15절의 말씀대로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일하는 자세가 이 작업에도 그대로 필요하다.

일주일 안에 시험할 수 있는 실행 절차

첫날에는 10분 안팎의 공개 설교 녹음 한 편만 고른다. 둘째 날에는 원본을 복사해 작업용 파일을 만들고, 개인 언급이 담긴 앞뒤 구간을 제거한다. 셋째 날에는 로컬 Whisper나, 계약과 보관 조건을 검토한 API 가운데 하나로 초벌을 만든다. API를 쓴다면 계정 공유를 피하고 별도 프로젝트 키와 최소 권한, 사용량 알림을 설정한다. 파일명에는 교인 이름 대신 날짜와 설교 식별자만 넣는다.
넷째 날에는 5분 단위로 원음과 전사를 대조하고 오류 유형을 표에 남긴다. 성경 고유명사, 숫자, 부정 표현, 인용 출처는 필수 점검 항목이다. "아니다"가 빠지면 뜻이 정반대가 된다. 다섯째 날에는 검수된 전사본으로 800자 요약과 소그룹 질문 세 개를 만들되, 목회자가 질문의 신학적 방향과 난이도를 최종 확정한다. 여섯째 날에는 초벌 파일을 삭제하고 승인된 최종본만 정해진 폴더에 보관한다. 마지막 날에는 걸린 시간, 수정한 문장 수, 삭제 여부를 기록해 수작업보다 실제로 나아졌는지 판단한다. 한 편이 안정적으로 끝나기 전에는 전 교구나 전 예배로 확대하지 않는다.

도구를 비교할 때에도 막연한 '정확도' 한 칸보다 교회가 실제로 고친 내용을 적는 편이 낫다. 샘플 10분에서 누락된 문장 수, 잘못 적힌 성경 인명과 장절 수, 화자 구분 오류, 검수에 걸린 시간을 같은 조건으로 잰다. 잡음이 많은 예배와 또렷한 강의 녹음을 섞어 평균을 내지 말고 따로 기록한다. 숫자는 도구를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어디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찾기 위해 쓴다.
편리함보다 책임의 위치를 선명하게

외부 API의 개인정보 정책은 반드시 현재의 문서와 계약으로 확인해야 한다. OpenAI의 '내 데이터' 문서는 API로 보낸 데이터를 이용자가 명시적으로 공유에 동의하지 않는 한 모델의 학습이나 개선에 쓰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그러나 같은 문서는 기본적인 악용 모니터링 로그에 프롬프트와 응답, 파생 메타데이터가 들어갈 수 있고 기본적으로 최대 30일 보관된다고 밝힌다. 법이 요구하거나 서비스를 지키는 데 필요하면 더 오래 보관될 수도 있다. 이 로그에서 고객 콘텐츠를 제외하는 '무보존(Zero Data Retention)' 옵션이 있지만 OpenAI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고, 일부 기능은 여전히 상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장 지역을 고르는 설정도 자격이 되는 고객에게만 열려 있다.
그러므로 "학습에 쓰지 않는다"를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로 읽어서는 안 된다. 다른 공급자도 각자의 정책과 저장 지역, 하위 처리자, 삭제 절차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저작권도 같은 원칙으로 다룬다. 설교자가 인용한 책이나 유료 자료가 전사되었다고 해서 교회가 그것을 다시 배포할 권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 긴 인용은 출처를 확인하고 필요한 범위로 줄인다. 전사본에는 초벌을 만든 도구와 사람의 검수 여부, 최종 승인자를 기록한다. 오류 제보 창구도 둔다.
운영 책임도 최소 두 사람에게 나눈다. 한 사람은 원본과 초벌에 접근하고, 다른 한 사람은 공개본을 승인한다. 공유 링크는 '링크를 아는 모든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담당자만 열 수 있게 설정하고, 퇴임이나 보직 변경 때 권한을 회수한다. 원본, 초벌, 승인본의 보관 기간을 각각 정해 두고 자동 삭제가 실제로 실행됐는지 월별로 확인한다. 사고가 나면 숨기지 않고 어떤 파일이 언제 어디로 전송됐는지, 누가 접근했는지, 무엇을 삭제했는지를 기록한다.
마지막으로 비용을 시간과 함께 계산한다. 분당 요금이 싸더라도 업로드와 분할, 오류 수정, 재검수에 드는 노동이 크면 맞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로컬 모델은 외부 전송을 줄이지만 장비 구입과 전력, 설치와 장애 대응의 비용이 생긴다. 한 달 시험 뒤에 '계속 사용', '범위 축소', '중단' 가운데 하나를 결정하고 이유를 회의록이 아니라 비민감 운영 대장에 남긴다. 중단할 수 있는 기준까지 정해 둔 도구가 오히려 오래 신뢰받는다.
말씀을 더 많은 사람이 읽게 하되 책임은 사람이 진다
좋은 음성인식 도입의 기준은 자막 파일이 빨리 생겼다는 데 있지 않다. 공개 가능한 녹음만 골랐는지, 외부 전송 여부를 알고 선택했는지, 원음 대조와 목회적 검토를 거쳤는지, 초벌을 제때 삭제했는지가 기준이다.
사도행전 8장에서 에티오피아 내시는 이사야서를 읽고 있었다. 빌립이 달려가 "읽는 것을 깨닫느냐" 하고 묻자 그는 "지도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느냐"(행 8:30-31)고 답했다. 느헤미야 8장에서도 레위 사람들은 "하나님의 율법책을 낭독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백성에게 그 낭독하는 것을 다 깨닫게" 했다(느 8:8). 읽을 글이 있다는 것과 깨닫는다는 것 사이에는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전사본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전사본이 있으면 가르치는 일이 더 먼 곳,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
이 작업선이 갖춰지면 AI는 설교를 대신 쓰는 기계가 아니라, 이미 선포된 말씀을 더 많은 사람이 읽고 공부하도록 돕는 조용한 도구가 된다. 절약한 시간은 성도의 질문을 듣고, 표현을 바로잡고, 다음 가르침을 준비하는 데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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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Whisper, OpenAI 공식 GitHub 저장소 (확인: 2026.10.8)
Whisper Model Card, OpenAI 공식 GitHub 저장소 (확인: 2026.10.8)
Speech to text, OpenAI Developers (확인: 2026.10.8)
Your data, OpenAI Developers (확인: 2026.10.8)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민감정보의 처리 제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국가법령정보센터
성경: 개역개정 롬 10:17, 행 8:30-31, 느 8:7-8, 딤후 2:15
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10. 8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