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가 생성형 AI를 쓰기 시작하면 모든 일이 대화창처럼 즉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일도 많다. 공개 설교 아카이브의 제목 정리, 공개 교육자료의 키워드 초안, 오래된 공개 회보의 요약처럼 결과를 당장 받을 필요가 없는 일이다. 이런 업무를 한 건씩 실시간으로 보내면 담당자는 화면을 지키며 복사와 저장을 반복한다. 오후 세 시에 시작한 일이 저녁 일곱 시까지 이어지고, 중간에 몇 번째 파일까지 했는지 헷갈려 다시 처음부터 확인하는 일도 생긴다.
반대로 요청을 묶어 비동기로 처리하는 배치 방식은 기다림을 줄이고 결과와 오류를 한꺼번에 대조하게 한다. 그렇다고 배치가 모든 일에 맞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생성하는 일이 아니라, 묶어도 되는 일과 묶어서는 안 되는 일을 먼저 가르는 것이다. 전도서의 말씀대로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 3:1). 즉시 처리할 일이 있고 기다려도 되는 일이 있다. 그 구분이 이 글의 출발이다.
미리 밝혀 둘 것이 있다. 이 글은 OpenAI와 Anthropic의 공식 문서를 읽고 정리한 것이지, 실제로 API 요청을 보내 시험한 보고가 아니다. 그리고 문서의 숫자와 조건은 바뀔 수 있다. 아래 내용은 2026년 10월 10일에 확인한 것이다.
배치는 빠른 대화가 아니라 늦어도 되는 작업함이다

OpenAI의 Batch API와 Anthropic의 Message Batches API는 여러 요청을 모아 비동기로 처리하는 실제 서비스다.
공식 문서에서 두 서비스 모두 일반적인 동기 요청보다 50% 낮은 비용을 안내한다. OpenAI는 24시간 안에 완료한다고 명시한다. Anthropic은 대부분의 배치가 한 시간 안에 끝나지만, 모든 요청이 끝났을 때 또는 24시간이 지났을 때 가운데 먼저 오는 때에 결과에 접근할 수 있고, 24시간 안에 끝나지 않은 배치는 만료된다고 설명한다. 즉시 응답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 완료 시각에 여유가 있는 대량 작업을 위한 조건이다.
입력 방식은 이렇다. OpenAI는 요청을 한 줄에 하나씩 적은 JSONL 파일을 올리게 하고, 각 줄에 custom_id와 요청 방식, 주소, 본문을 넣게 한다. 한 번에 최대 5만 건, 입력 파일 200MB까지다. Anthropic은 한 배치에 최대 10만 건 또는 256MB 중 먼저 닿는 쪽이 한도다. 두 서비스의 한도와 요금은 바뀔 수 있으므로 도입하는 날 공식 문서를 다시 확인한다.
두 도구는 요청마다 고유한 custom_id를 붙이게 한다. 결과의 순서가 입력의 순서와 같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두 문서 모두 결과를 순번이 아니라 식별자로 맞추라고 명시한다. "첫 번째 출력은 첫 번째 문서"라고 가정하면 서로 다른 설교에 잘못된 제목을 붙일 수 있다. Anthropic은 식별자를 1자에서 64자 사이의 영문자·숫자·하이픈·밑줄로 제한한다. 그러니 문서의 실제 제목이나 사람 이름을 그대로 쓰지 말고 PUBLIC-SERMON-2026-001 같은 업무 식별자를 만든다. 입력 장부에 식별자와 원문 파일, 허용 작업, 담당자를 연결하고, 결과는 순번이 아니라 식별자로 되돌려 붙인다. 이 작은 규칙이 배치 작업의 핵심 통제다.

먼저 배치 가능한 업무의 울타리를 친다
배치에 적합한 첫 대상은 이미 공개된 자료이며 결과를 원문과 대조할 수 있는 저위험 작업이다. 예를 들어 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설교 20편에서 세 개의 주제어 후보를 뽑거나, 공개 행사 안내의 문장 길이를 줄이는 초안을 만들 수 있다.
반면 상담 기록, 심방 메모, 기도제목, 교인명부, 출석과 헌금, 건강과 가족 정보는 묶어서 외부 서비스에 보내지 않는다. 익명화했다는 확신만으로 예외를 만들지도 않는다. 여러 문서를 한꺼번에 모으면 각각은 사소해 보이던 단서가 결합되어 사람을 드러낼 수 있다. 한 건씩 보낼 때는 몰랐던 위험이 묶음이 될 때 생긴다.
업무 분류표에는 네 칸이면 충분하다. 공개·배치 가능, 사람 검토 뒤 가능, 로컬 처리만, AI 입력 금지로 나눈다. 그다음 세 가지를 묻는다. 결과가 늦어도 되는가. 실패해도 원본이 보존되는가. 사람이 전량 검토할 수 있는가. 하나라도 아니면 배치하지 않는다. 설교 해석, 목회 상담, 위기 판단, 개인별 돌봄 결정을 비용이 싸다는 이유로 대량 자동화해서도 안 된다. 영적 분별과 관계의 책임은 처리량으로 바꿀 수 없는 목회자의 일이다.

열 건의 시범 배치를 만드는 실행 절차

예수님은 망대를 세우려는 사람이 먼저 앉아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고 하셨다. "너희 중의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계산하지 아니하겠느냐"(눅 14:28). 시범도 마찬가지다. 크게 시작하기 전에 열 건으로 비용과 절차를 계산한다.
첫째, 공개 자료 가운데 열 건만 복사해 별도 작업 폴더에 둔다. 원본은 읽기 전용으로 보존하고 파일 해시와 출처 URL을 장부에 적는다. 둘째, 원하는 출력 형식을 고정한다. id, keywords, summary, evidence, needs_review처럼 필드를 정하고, 요약은 원문에 없는 사실을 추가하지 말며 근거 문장을 짧게 표시하라고 지시한다. 셋째, 요청마다 충돌하지 않는 식별자를 붙이고 서비스가 요구하는 입력 형식을 검증한다. API 키는 파일 안에 넣지 않고 운영체제의 비밀 저장소나 제한된 환경변수에서 읽게 한다.
넷째, 제출 전에 비용 상한, 모델 이름, 입력 건수, 삭제 예정일을 기록한다. 여기서 알아 둘 점이 있다. Anthropic 문서는 높은 처리량과 동시 처리 때문에 배치가 작업 공간에 설정한 지출 한도를 조금 넘을 수 있다고 밝힌다. 한도만 믿고 돌려 두지 말고 건수와 예상 비용을 미리 계산해 둔다. 이 글은 두 서비스의 요청을 직접 시험하지 않았으므로, 교회는 현재 계정의 사용 권한과 데이터 처리 조건을 직접 확인하고 가상의 공개 예문으로 한 번 실행해 보아야 한다.
다섯째, 완료 파일과 오류 파일을 모두 내려받아 식별자로 입력 장부와 결합한다. 성공한 응답만 세지 말고 누락, 만료, 거절, 형식 오류를 별도 상태로 남긴다. 두 서비스 모두 결과를 성공과 오류, 취소, 만료로 구분한다. OpenAI는 완료된 요청은 결과 파일에, 실패하거나 만료된 요청은 오류 파일에 담는다. Anthropic은 오류, 취소, 만료된 요청에는 요금을 매기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일부 실패를 전체 재전송하지 말고 실패한 식별자만 원인을 고친 뒤 새 배치로 보낸다.
여섯째, 사람이 원문과 결과를 전량 대조한다. 주제어가 실제 본문에 있는지, 요약이 논지를 뒤집지 않았는지, 성경 장절과 인용이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저작권 자료를 길게 복제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열 건 중 한 건이라도 출처 없는 사실이 생기면 곧바로 규모를 늘리지 않는다. 프롬프트와 검수표를 수정하고 같은 공개 시범 자료로 다시 확인한다. 자동 처리의 효율은 생성 건수가 아니라 검수 후 그대로 쓸 수 있었던 건수, 수정 이유, 재처리율로 측정해야 한다. 잠언은 "부지런한 자의 경영은 풍부함에 이를 것이나 조급한 자는 궁핍함에 이를 따름이니라"(잠 21:5)고 한다.

운영 전에는 중단 조건도 문장으로 정한다. 예상 비용을 넘거나, 식별자가 중복되거나, 원문에 없는 인명·날짜·장절이 한 건이라도 나타나면 남은 자동 게시를 멈춘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도 멈출 수 있도록 배치 취소 방법, API 키 폐기 절차, 수동 작업으로 돌아가는 위치를 짧은 운영서에 적는다. 두 서비스 모두 진행 중인 배치를 취소하는 기능이 있다. OpenAI는 취소를 요청하면 처리 중인 요청이 끝날 때까지 취소 중 상태가 되고 이 과정이 최대 10분 걸릴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담당자 교체 때는 설명만 하지 말고 가상 자료로 제출·취소·결과 결합·삭제를 한 번씩 재현한다. 종료 뒤에는 API 키 권한을 줄이고 임시 입력 파일과 내려받은 결과가 승인된 보관 위치 밖에 남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싸고 많이 처리할수록 사후 장부가 중요하다

배치 서비스는 한 번의 제출로 많은 결과를 만들기 때문에 잘못된 지시도 같은 속도로 복제한다.
NIST의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는 자발적으로 쓰는 틀이며, AI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하고 개발하고 사용하고 평가할 때 신뢰성 고려를 포함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1.0은 2023년 1월 26일에, 생성형 AI 프로필은 2024년 7월 26일에 나왔다. 이 관점은 운영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누가 이 작업을 승인했는가. 어떤 피해를 미리 상정했는가. 실패를 어떻게 측정했는가. 중단과 수정은 누가 맡는가. 이것을 장부에 남긴다. 도구가 완료 상태를 보여 주는 것과 교회가 결과의 사실성과 신학적 적절성, 공개 가능성을 승인하는 것은 다른 단계다.
보존도 무제한이어서는 안 된다. 입력 원문, 배치 파일, 출력, 오류, 검토 기록마다 보존 기간을 정하고 서비스 쪽의 결과 보관 기간도 확인한다. OpenAI 문서는 결과 파일이 배치 완료 30일 뒤에 자동 삭제된다고 안내하고, Anthropic 문서는 배치 결과를 생성 후 29일 동안 내려받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러나 이것이 교회의 내부 삭제 정책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서비스의 보관 기간은 서비스 쪽의 일이고, 교회가 내려받아 둔 사본은 교회의 일이다.
OpenAI나 Anthropic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정보 보호가 자동으로 보장된다고 쓰지 않는다. 계약 유형과 계정 설정, 지역, 재학습과 보존 조건이 실제 자료에 맞는지 별도로 검토한다. 두 서비스 모두 데이터 보존에 관한 별도 문서가 있고, Anthropic의 배치 문서도 무보존 적용 여부는 그 별도 문서를 보라고 안내한다. 이 글은 그 문서들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다. 불명확하면 공개 자료만 사용하거나 작업을 중단한다.
저작권과 편향 점검도 필요하다. 공개되어 있다는 말은 자유롭게 복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원문의 이용 조건을 확인하고 출력에는 필요한 짧은 근거만 남긴다. 여러 설교를 비교한 AI가 특정 화법을 '정상'으로 만들거나 소수의 목소리를 주변화할 수 있으므로, 자동 점수로 설교자나 사역의 우열을 매기지 않는다. 배치는 문서 정리의 순서를 돕는 장치이지 사람과 말씀의 가치를 평가하는 심사대가 아니다.

처리량보다 되돌려 붙일 수 있는 결과

교회의 배치 AI는 큰 예산이 있어야 시작하는 기술이 아니다. 공개 자료 열 건, 고유 식별자, 고정된 출력 형식, 오류 장부, 사람의 전량 검토만 있어도 작은 시범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비용 절감과 처리량은 도입 이유의 일부일 뿐이다. 원문을 보존하고, 결과를 정확한 문서에 되돌려 붙이며, 실패만 골라 다시 처리하고, 최종 공개 전에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가 없다면 배치는 실수를 대량 생산하는 통로가 된다. 예수님이 오천 명을 먹이신 뒤에 하신 말씀이 이 정신을 보여 준다.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요 6:12). 많이 만들어지는 결과일수록 하나도 잃지 않고 거두는 일이 중요하다. 바울은 "모든 것을 품위 있게 하고 질서 있게 하라"(고전 14:40)고 하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 4:2)고 했다. 맡은 일을 질서 있게 거두는 충성이 배치 작업의 윤리다.
이번 주에는 즉시 답이 필요 없는 공개 문서 한 종류를 골라 보자. 열 건만 목록화한 뒤 이 세 가지를 확인한다. 이 자료를 외부 서비스에 보내도 되는가. 결과를 원문과 전량 대조할 수 있는가. 식별자로 입력과 출력을 다시 연결할 수 있는가. 세 질문에 모두 답할 수 있을 때만 시범을 시작한다.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눅 16:10). AI가 기다림을 줄일 수는 있지만, 무엇을 맡기고 어디서 멈출지를 정하는 목회적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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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Batch API, OpenAI Developers (확인: 2026.10.10)
Batch processing (Message Batches API), Anthropic Claude Platform Docs (확인: 2026.10.10)
AI Risk Management Framework, NIST (AI RMF 1.0 2023.1.26, Generative AI Profile 2024.7.26)
성경: 개역개정 전 3:1, 잠 21:5, 눅 14:28-30, 눅 16:10, 요 6:12, 고전 4:2, 고전 14:40
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10. 10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