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도 두 번째 주일이 되었습니다.
달력을 넘기다 보면 올해가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갑자기 실감 날 때가 있습니다. 연초에 세운 계획은 몇 줄만 지워졌고, 미뤄 둔 일과 미뤄 둔 화해는 그대로입니다.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이지만, 바쁜 마음으로는 남은 날을 제대로 세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일 대표기도는 시편 90편 12절을 붙잡고 썼습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간을 더 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세어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는 기도입니다. 같은 시편 14절은 아침마다 주님의 인자하심으로 만족하게 해 달라고 하고, 17절은 우리 손이 행한 일을 견고하게 해 달라고 구합니다. 기도의 흐름이 이 세 절에서 나옵니다.
소리 내어 천천히 읽으면 4분 남짓 걸립니다. 교회 형편과 대표기도를 맡으신 분의 어투에 맞게 고쳐 쓰셔도 좋습니다. 개인의 병명이나 가정 사정은 일부러 넣지 않았으니, 그 부분은 교회가 광고로 나눈 기도 제목을 덧붙여 주세요.
예배와 기도 · 기도문 · 시편 90편 12절 · 손하람 목사
주일 대표기도문
>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 — 시편 90편 12절
영원부터 영원까지 하나님이신 아버지.
대대에 우리의 거처가 되어 주신 주님, 오늘도 이 예배의 자리로 저희를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이 생기기 전부터 계신 분 앞에, 한 주간을 살아 낸 저희가 무릎을 꿇습니다. 저희의 연수는 짧고 신속히 지나가는데, 영원하신 주님이 저희의 거처가 되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모릅니다.
주님, 이 한 주간도 돌아보면 모두 주님이 붙들어 주신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뜬 것도, 일터와 학교에서 하루를 마친 것도,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선 것도 저희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 은혜를 세어 보기보다 남은 일과 모자란 것을 세는 데 더 익숙했습니다. 감사하는 법을 잊은 채 바쁘게만 달려온 저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가을이 깊어 가고 올해의 남은 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님, 저희에게 날 계수함을 가르쳐 주옵소서. 날이 많고 적음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날들을 어디에 써야 할지 아는 지혜로운 마음을 주옵소서. 급한 일에 밀려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게 하시고, 눈앞의 성과에 마음을 빼앗겨 사람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미루어 둔 화해가 있다면 오늘 이 예배 후에 먼저 손을 내밀게 하시고, 전하지 못한 감사가 있다면 이번 주 안에 마음을 전하게 하옵소서. 세월을 아끼라고 하신 말씀을 조급함이 아니라 사랑으로 따르게 하옵소서.
주님, 저희가 죄 가운데 살았던 것도 고백합니다. 입술로 쉽게 판단하고, 마음으로 다른 이를 가볍게 여기고, 시간이 있어도 기도하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주님은 저희의 허물을 아시면서도 아침마다 인자하심으로 저희를 만나 주셨습니다. 그 인자하심을 힘입어 다시 시작하게 하옵소서. 이 예배 가운데 저희의 죄를 씻어 주시고,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열어 주옵소서.

이 시간 선포되는 말씀 위에 주님의 은혜를 내려 주옵소서.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의 입술을 붙들어 주시고, 듣는 저희의 귀를 열어 주옵소서. 한 주간의 피로와 근심으로 닫힌 마음이 주님의 말씀 앞에서 열리게 하시고, 말씀이 저희 일상으로 걸어 들어와 저희가 쓰는 시간과 돈과 관계를 바꾸게 하옵소서. 들은 말씀이 이번 주에 한 가지라도 삶으로 이어지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이 교회가 시간이 많아서 좋은 교회가 아니라, 남은 시간을 사랑으로 쓰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의 지나온 날을 존귀하게 여기고, 젊은 세대의 서툰 걸음을 기다려 주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교회학교 아이들이 주님 안에서 자라게 하시고, 가르치는 교사들의 수고를 주님이 기억하여 주옵소서. 찬양과 방송과 안내와 주방과 청소로 보이지 않게 섬기는 손길마다 하는 일이 헛되지 않도록, 주님이 그들의 손이 행한 일을 견고하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 교회 밖의 이웃도 기억합니다. 한 해의 결산을 앞두고 일터에서 마음이 조여 오는 분들, 문을 닫을지 고민하는 가게의 주인들, 다음 계약이 이어질지 모르는 이들에게 평안과 길을 열어 주옵소서. 곧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과 곁에서 마음 졸이는 부모들이 결과로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게 하시고, 마지막까지 몸과 마음을 지켜 주옵소서. 병상에서, 외로운 방에서, 홀로 맞는 저녁에 있는 이들 곁에 주님이 가까이 계심을 알게 하옵소서. 슬픔 가운데 있는 이들 곁에는 서둘러 위로하려는 말이 아니라 함께 앉아 주는 사람이 있게 하옵소서.
이 나라와 세계를 위하여도 기도합니다. 전쟁과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 가난과 차별 속에서 하루를 견디는 이들을 주님이 돌보아 주옵소서. 힘 있는 자리에 선 이들이 그 자리가 위임받은 것임을 기억하게 하시고, 약한 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혜를 주옵소서. 이 땅에 정의와 평화가 임하고, 교회가 그 일에 작은 몫이라도 감당하게 하옵소서.

끝으로 주님, 이 예배를 마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때 저희가 주님과 함께 걷게 하옵소서. 월요일의 출근길에도, 낯선 회의실에도, 말 한마디가 어려운 가정의 저녁에도 저희 곁에 계신 주님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아침에 주님의 인자하심으로 만족하게 하시고, 저희의 일생을 즐겁고 기쁘게 하여 주옵소서. 저희가 올해 남은 날들을 세며 살 때, 주님이 저희 손이 행한 일을 견고하게 하여 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 모든 기도를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다시 사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드립니다. 아멘.
이 기도문을 쓰실 때

대표기도는 설교의 앞에서 회중의 마음을 모으는 기도입니다. 아름다운 문장보다 회중이 숨을 맞추어 따라올 수 있는 속도가 더 중요합니다. 몇 가지만 적어 둡니다.
기도문 한 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기보다, 문단마다 한두 줄 핵심 문장을 정해 두고 나머지는 평소 쓰는 말로 풀어서 드리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원고는 받쳐 두는 용도로 쓰시길 권합니다.
시간이 짧아야 한다면 첫 문단(경배), 날 계수함 문단, 말씀을 구하는 문단, 파송 문단만 남기고 나머지는 덜어 내세요. 더 길게 드려야 한다면 교회가 나눈 기도 제목을 이웃을 위한 문단 앞에 한 문단 끼워 넣으면 됩니다. 이름을 부르는 기도는 당사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하고, 병명이나 가정 사정은 광고지에 이미 공개된 범위를 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읽을 때는 "주님"이라는 호칭 뒤에서 한 박자 쉬어 보세요. 같은 문장도 그렇게 하면 기도로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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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10. 11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