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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주일을 두 주 앞두고 | 10월 31일이 기념일이 된 내력과 우리 교회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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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10월 25일 주일입니다

달력을 넘겨 보니 올해 10월 31일은 토요일입니다. 그래서 한국교회 대부분은 그 직전 주일인 10월 25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지키게 됩니다. 1517년부터 세어 509년째 되는 해입니다. 500주년처럼 큰 숫자는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행사에 쫓기지 않고 이 주일이 무엇을 기억하는 날인지 차분히 짚어 볼 수 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두 주라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찬양대가 곡을 새로 익히고, 주보 안내문을 쓰고, 교회학교와 보조를 맞추려면 이번 주 안에 큰 틀이 잡혀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날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교단마다 어떻게 다르게 지키는지, 그리고 예배 순서를 어떻게 짜면 좋을지 한 번에 정리해 두려고 합니다.

10월 31일은 어떻게 기념일이 되었나

이야기의 출발점은 잘 알려진 대로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입니다. 마르틴 루터가 면벌부 문제를 두고 토론을 요청하는 95개 논제를 내놓은 날입니다. 성교회 문에 못으로 박았다는 장면은 루터의 동료 멜란히톤의 증언에서 나온 것인데, 루터 자신이 그날 문에 못을 박았는지를 두고는 역사가들 사이에 논쟁이 있습니다. 다만 그날 논제가 공개되고 관할 주교에게 편지와 함께 보내졌다는 점은 널리 받아들여집니다.

10월 31일은 만성절, 곧 모든 성인의 날 전야였습니다. 이튿날 비텐베르크 성교회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점을 노려 루터가 그 날을 일부러 골랐다는 해석도 있습니다만, 이것 역시 증명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확실한 것은 루터가 그 문서로 논쟁을 열려고 했지 교회를 갈라놓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논제의 첫머리는 토론을 요청하는 학자의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날이 처음부터 해마다 지키는 기념일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브리태니커 사전의 정리에 따르면 유럽의 루터교회들은 처음에 저마다 다른 날에 종교개혁을 기념했습니다. 루터의 생일인 11월 10일, 세상을 떠난 2월 18일,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이 제출된 6월 25일이 그런 날들이었습니다. 10월 31일로 관심이 모인 계기는 1617년 100주년 기념이었고, 150주년이 되는 1667년에 작센 선제후 요한 게오르크 2세가 자기 영지에서 매년 10월 31일을 종교개혁 기념일로 지키도록 정하면서 고정되었습니다.

1617년의 100주년 기념은 비텐베르크 대학이 예전 교수였던 루터를 기리고 싶다고 영주에게 청하면서 시작되었고, 작센 전역에서 예배 순서와 설교 내용까지 미리 정해 지켰다고 전해집니다. 가톨릭 영방과의 마찰을 피하려는 조심스러움이 그 배경에 있었습니다. 기념일은 처음부터 편안한 축제가 아니라,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하는 교회가 조심스럽게 지켜 온 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키는 이 날은 종교개혁 당시 사람들이 정한 것이 아니라, 한 세기 반 뒤의 교회가 기억을 정리하면서 고른 날입니다. 기념일이란 대개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사건이 먼저 있고, 그 뜻을 붙들려는 뒷세대의 결정이 뒤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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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마다 다르게 지키는 방식

독일 루터교회는 지금도 10월 31일 당일을 지킵니다. 독일의 몇몇 주에서는 이 날이 공휴일이고, 500주년이던 2017년에는 전국 공휴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루터교 전통에서 이 날의 전례색은 빨강입니다. 성령과 교회의 순교를 뜻하는 색을 쓰는 셈입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많은 루터교회가 당일 대신 10월 31일 직전 주일로 옮겨 종교개혁주일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장로교 전통은 처음부터 주일을 택했습니다. 미국장로교(PCUSA)는 10월 마지막 주일을 종교개혁주일로 안내하고 있고, 한국교회도 대체로 10월 마지막 주일을 따릅니다. 올해처럼 31일이 토요일이면 마지막 주일과 직전 주일이 같은 날이 되니 혼선이 없습니다. 다만 31일이 주일인 해에는 교회마다 그날 지킬지, 한 주 앞당길지 달라지므로 교단 달력과 교회력 자료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가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종교개혁주일은 엄밀히 말해 대림절에서 성령강림절로 이어지는 전통적 교회력과는 별개의 기념주일입니다. 교회력은 그리스도의 생애와 구원 사건을 따라 돌지만, 종교개혁주일은 교회사의 한 사건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종교개혁자들 자신이 중세의 지나친 절기 강조를 경계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날을 또 하나의 큰 축제로 키우는 것보다 말씀과 회개 쪽으로 무게를 두는 편이 그들의 뜻에 가깝습니다.

기념이 아니라 회개로

95개 논제의 첫 조항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개하라 하셨을 때, 그분은 신자의 전 생애가 회개가 되기를 바라셨다는 것입니다. 루터가 처음 꺼낸 말은 교황에 대한 공격도, 교회 제도의 재편도 아니었습니다. 회개가 한 번 치르고 끝나는 거래가 아니라 날마다 이어지는 삶이라는 것,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점을 놓치면 종교개혁주일은 쉽게 영웅담이 됩니다. 루터의 용기를 기리고, 당시 교회의 타락을 열거하고, 우리는 그 후예라고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예배에는 정작 회개가 없습니다. 남을 개혁하자는 말은 많은데 나를 돌이키는 말이 없습니다. 바울이 로마서에서 쓴 대로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 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3-24)는 선언이 종교개혁의 중심이라면, 이 날의 예배도 자랑이 아니라 은혜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쓰는 편이 좋습니다. 이 표어는 종교개혁자들 자신의 말이 아니라 17세기 네덜란드 경건운동 쪽에서 비슷한 표현이 나왔고, 20세기에 칼 바르트를 거쳐 널리 퍼졌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정리입니다. 그 뜻도 교리를 시대에 맞춰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교회의 삶이 계속 돌이켜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표어를 쓰더라도 "말씀을 따라"라는 조건을 함께 말해 주어야 오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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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순서 예시

아래는 주일 오전 예배를 기준으로 짜 본 순서입니다. 교회의 기존 순서에서 몇 가지 요소만 바꾸어도 충분합니다.

예배의 부름은 시편 46편이 어울립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시 46:1)로 시작해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니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시 46:7)로 맺으면, 뒤이어 부를 찬송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찬송은 새찬송가 585장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권합니다. 루터가 시편 46편을 바탕으로 1529년 무렵에 지은 곡입니다. 찬송가학에서는 루터가 시편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앞부분의 홍수 장면과 뒷부분의 싸움 장면을 골라 신약의 눈으로 넓혔다고 설명합니다. 3절 "친척과 재물과 명예와 생명을 다 빼앗긴대도 진리는 살아서 그 나라 영원하리라"는 이 날의 설교 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죄의 고백 순서에서는 95개 논제 1조를 인도자가 읽고, 회중이 잠시 침묵한 뒤 함께 고백 기도를 드리는 방식이 좋습니다. 사죄 선언은 로마서 3장 23-24절이나 에베소서 2장 8-9절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하지 못하게 함이라"로 하면 종교개혁의 핵심이 예배 안에서 선포됩니다.

말씀 봉독은 로마서 1장 16-17절, 하박국 2장 4절, 요한복음 8장 31-36절 가운데 설교 본문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는 루터의 생애를 바꾼 말씀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는 자유의 뜻을 설교에서 풀기에 좋습니다.

신앙고백은 평소처럼 사도신경으로 하되, 교리문답을 쓰는 교회라면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제1문답이나 소교리문답 제1문답을 회중이 함께 읽는 것도 뜻이 있습니다. 종교개혁이 남긴 유산 가운데 하나가 평신도가 자기 말로 신앙을 고백하게 한 교리문답이기 때문입니다.

성찬을 함께 나누는 교회라면 이 날이 특히 알맞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성찬의 해석을 두고 서로 갈라섰던 역사가 있지만, 떡과 잔 앞에서 회중이 자기 공로가 아니라 은혜로 사는 백성임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성찬 초대의 말을 에베소서 2장 8-9절로 하면 사죄 선언과 겹치지 않게 로마서 3장을 사죄 선언에 쓰는 식으로 나누면 됩니다.

헌금과 파송은 베드로전서 2장 9절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로 마무리하면 좋습니다. 만인제사장이라는 종교개혁의 가르침을 회중이 삶의 자리로 가져가도록 돕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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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 동안의 준비 목록

이번 주에 할 일부터 적어 봅니다. 찬양대 지휘자에게 585장을 특송이나 회중 찬송으로 쓸지 정해 알리고, 반주자와 조옮김 여부를 상의합니다. 설교 본문을 확정하고 주보 담당자에게 예배 순서 변경 사항을 넘깁니다. 교회학교 부장과 만나 그 주일 공과에서 종교개혁을 어떻게 다룰지, 어린이 예배와 어른 예배의 찬송을 맞출 수 있는지 묻습니다. 아이들에게는 95라는 숫자나 인물 연표보다 "회개하라"는 말씀 한 구절과, 구원이 선물이라는 에베소서 2장 8절 한 절을 아이들 말로 풀어 주는 편이 오래 남습니다.

다음 주에 할 일도 있습니다. 강단보를 빨강으로 바꿀지, 바꾼다면 어디서 빌릴지 정합니다. 주보에 실을 짧은 안내문을 씁니다. 종교개혁주일이 무엇을 기념하는지 다섯 줄 안에 쓰면 됩니다. 1517년, 비텐베르크, 95개 논제, 그리고 이 날의 핵심이 회개와 은혜라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혹시 교회 안에 가톨릭 배경을 가진 가족이나 새신자가 있다면, 설교와 안내문에서 다른 교회를 깎아내리는 말이 없는지 한 번 더 살핍니다.

주일 전날에는 성경 봉독자에게 본문을 미리 전하고, 95개 논제 1조를 읽을 인도자가 문장을 소리 내어 연습하도록 합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처음 읽으면 호흡이 꼬이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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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종교개혁주일은 한 세기 반 뒤의 교회가 사건의 뜻을 붙들려고 고른 날입니다. 그 뒤로도 여러 세기 동안 교회는 이 날을 지키면서 자기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계속 물어야 했습니다. 올해 우리 교회가 물을 질문도 같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념하는가. 한 사람의 용기인가, 아니면 그가 발견한 값없는 은혜인가. 두 주 뒤 예배가 그 질문에 답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의 이미지는 AI로 제작한 삽화입니다. 실제 교회 공간을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참고 자료

성경 본문(개역개정, 대한성서공회 성경읽기로 대조): 시편 46:1-11, 로마서 1:16-17, 로마서 3:21-28, 에베소서 2:8-9, 하박국 2:4, 요한복음 8:31-36, 베드로전서 2:9

종교개혁 기념일의 역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Reformation Day" 항목(기념일 날짜의 변천, 1617년 100주년, 1667년 작센 선제후 요한 게오르크 2세의 제정, 전례색 빨강). 영문 위키백과 "Reformation Day" 항목(독일 주별 공휴일, 2017년 전국 공휴일, 루터교회의 주일 이전 관행)은 보조 자료로만 참고.

한국교회와 장로교의 관행: 미국장로교(PCUSA) 2025년 10월 6일 안내문 "종교개혁 주일에 사용할 수 있는 리소스"(10월 마지막 주일). 기독신문 2022년 10월 18일 기사 "목사님, 종교개혁 기념주일 지키시나요?"(10월 마지막 주일, 교회력과의 구분, 종교개혁자들의 절기 축소). 만성절 전야와 루터의 의도에 관한 해석은 영문 위키백과 항목이 "증명되지 않음"으로 정리한 내용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95개 논제 1조: luther.de 영문 전문, 국민일보 2017년 10월 13일 "마르틴 루터 95개조 반박문 따라잡기(下)"(정병식 교수 논문 요약). 본문의 1조 번역은 영문을 따라 풀어 쓴 것이며 공식 번역본은 아닙니다.

찬송가 585장: 한국기독공보 2009년 10월 21일 "내 주는 강한 성이요(585장)"(작사 연도의 여러 설, 시편 46편 배경). Hymnology Archive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1529년 출판, 시편 46편과의 관계).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표어의 기원: Michael D. Bush, "Is the Reformation Ever Finished?"(Theology Matters, 2016). 로덴스테인과 바르트에 관한 정리는 이 글과 시애틀퍼시픽대 도서관 안내 자료를 요약한 것이며 원문 쪽수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볼트 참고: `20_신학자료\23_역사신학\교회사 일람표 3 종교개혁`(출처 미상 자료라 지형 파악용으로만 참고), `20_신학자료\23_역사신학\오늘의 신학공부 영상 정리 종교개혁 505주년 루터 특집`(영상 정리, 지형 파악용).

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10. 11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