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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대성전 디지털 트윈 사례 | AI가 순례의 문턱을 낮출 때

성 베드로 대성전의 디지털 트윈 — AI가 순례의 문턱을 낮출 때 본문 이미지

교회의 AI 활용을 말하면 대화형 설교 도우미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생성된 문장보다 공간을 더 정확히 보고, 멀리 있는 사람에게 그 공간의 의미를 건네는 데 AI가 쓰인 사례도 있다. 바티칸과 마이크로소프트, 프랑스의 문화유산 디지털화 기업 Iconem이 만든 성 베드로 대성전의 '디지털 트윈'이다.

이 사례의 가치는 화려한 3차원 화면 자체보다 보존, 접근, 해설을 하나의 공적 사역으로 묶었다는 데 있다.

동시에 디지털 순례가
실제 예배와 공동체를 대신하지 않도록
경계를 세우는 일도 보여 준다.


1. 거의 50만 장의 사진이 '또 하나의 성전'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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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교회의가 전한 가톨릭뉴스서비스 보도에 따르면 작업팀은 2023년 한 달 동안 카메라와 레이저 스캐너, 드론 두 대를 사용해 대성전의 고해상도 사진을 거의 50만 장 촬영했다.

· 수집된 데이터는 22테라바이트

· AI는 방대한 사진을 서로 맞물리게 해 탐색 가능한 디지털 모형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 이 모형은 방문자가 바닥부터 돔까지 가까이 살펴보게 한다

· 관리자가 이전에 보지 못한 균열이나 빠진 타일처럼 점검이 필요한 부분을 찾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고 보도는 설명한다

'디지털 트윈'은 사진첩이 아니다

이 말은 원래 제조와 건축 분야에서 쓰이던 표현이다. 실물과 짝을 이루는 디지털 모형을 만들어 두고, 실제 대상을 뜯어보지 않고도 상태를 관찰하고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래서 관광용 파노라마 사진과 결이 다르다. 파노라마가 '보기 좋은 한 장면'을 남긴다면, 디지털 트윈은 같은 자리를 나중에 다시 재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남긴다.

기록의 목적이 감상이 아니라 비교일 때,
사진은 자료가 된다.

보존 점검에서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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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의 표면을 사람이 직접 살피려면 비계를 세우거나 고소 작업을 해야 한다. 비용과 위험이 크고, 그래서 점검 주기는 길어진다. 그사이 균열은 조용히 자란다.

고해상도 기록이 쌓이면 이 순서가 바뀐다. 먼저 화면에서 의심 지점을 좁히고, 사람이 확인해야 할 자리만 골라 올라간다. AI가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볼 곳을 줄여 주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 교회의 규모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다. 매년 같은 각도로 찍은 사진 몇 장만 있어도, 벽의 얼룩이 번지는 속도를 눈으로 비교할 수 있다.

발표된 기능과 확인된 진입점을 구분한다

프로젝트는 2024년 11월 공개됐고, 같은 해 12월부터 가상 관람과 종교행사 스트리밍, 기도 묵상 팟캐스트, 방문 동선과 오디오 안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2026년 9월 20일 확인한 공식 디지털 경험 사이트에는 '대성전 이야기'와 '가상 3D 투어'로 들어가는 선택지가 제시돼 있다.

이 글은 공개 사이트와 보도를 확인했지만, 현장 앱의 대기열 기능이나 모든 가상 동선을 직접 시험한 사용기는 아니다. 발표된 기능과 현재 웹에서 확인되는 진입점을 구분하는 이유는 목회적 기대를 홍보 문구보다 앞세우지 않기 위해서다.


2. 핵심 활용은 복제가 아니라 세 겹의 접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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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의 접근성 — 로마에 갈 비용과 시간이 없거나 이동이 어려운 사람도 건축과 미술의 세부를 볼 수 있다

· 시선의 접근성 — 현장에서도 높이와 안전 문제 때문에 가까이 보기 어려운 돔과 모자이크를 확대해 관찰할 수 있다

· 의미의 접근성 — 작품의 이름만 나열하지 않고 역사·예술·영적 맥락을 연결하면, 관람은 정보 소비를 넘어 질문과 묵상의 출발점이 된다

프로젝트 관계자가 고대 작품의 의미를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하려 했다고 설명한 대목이 중요하다.

세 번째가 가장 자주 빠진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앞의 둘이고, 실제로 자주 생략되는 것은 셋째다. 화면은 선명한데 왜 이것을 보아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방문자는 감탄하고 창을 닫는다. 의미를 붙이지 않은 접근성은 결국 구경으로 끝난다.

화면을 '온라인 순례의 완성'이라 부를 수는 없다

실제 순례에는 몸의 이동, 낯선 이들과의 만남, 예배의 시간, 예상하지 못한 불편이 함께한다.

정교한 모형은 공간의 표면을 전달하지만 공동체의 응답과 성례, 돌봄의 관계를 재현하지 못한다. 교회가 가상공간의 접속자 수를 곧 신앙 참여로 계산하면 기술은 다시 숫자 전시가 된다.

디지털 경험의 성과는 조회 수보다
"누가 새롭게 접근했는가", "무엇을 이해했는가",
"어떤 실제 관계와 실천으로 이어졌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그 평가를 실제로 세는 방법

말로만 두면 결국 조회 수로 돌아간다. 처음부터 셀 수 있는 형태로 적어 두는 편이 낫다.

· 이동이 어려운 교인, 해외 거주 가족, 장애가 있는 이용자에게 먼저 알렸고 실제로 닿았는가

· 페이지를 본 뒤 남긴 질문이 몇 건이고, 그중 사람이 답한 것은 몇 건인가

· 화면 끝의 '문의·방문 안내'를 누른 사람이 실제 연결로 이어졌는가

· 설명 중 틀린 것이 신고됐고, 며칠 만에 고쳤는가

접속자 수는 맨 마지막에 본다. 순서를 바꾸면 지표가 목적을 바꾼다.


3. 큰 대성전이 아닌 지역 교회가 배울 수 있는 방식

지역 교회에 22테라바이트의 자료나 거대한 3차원 모형은 필요하지 않다.

핵심 원리는 '공개할 가치가 있는 유산을 정확히 기록하고, 접근 가능한 해설로 연결하고,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다.

첫째, 대상을 하나만 고른다

이미 공개가 승인된 예배당의 건축, 스테인드글라스, 기념물, 교회가 직접 저작권을 가진 오래된 사진 가운데 하나만 고른다.

묘비나 명패, 사진 속 얼굴, 문서의 주소와 연락처처럼 개인정보가 나타날 수 있는 요소는 촬영 전 제외하거나 가린다. 상담실, 교인 기록 보관 공간, 보안 설비는 당연히 대상 밖이다.

장비도 처음부터 갖출 필요가 없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각도로 찍은 사진 열 장이, 한 번 빌린 고급 장비보다 오래 쓸모 있다. 촬영 날짜와 위치, 카메라 높이를 함께 적어 두면 그다음 해에 비교할 수 있다.

둘째, AI를 쓰기 전에 사람이 사실표를 만든다

제작 연도, 작가, 보수 이력, 신학적 상징을 확인 가능한 공개 자료와 대조하고, 모르는 항목은 '확인 필요'로 남긴다.

AI가 사진을 분류하거나 설명 초안을 쓰더라도 사실표 밖의 세부를 덧붙이지 못하게 한다.

· 성경 본문과 저작물은 긴 문장을 복제하지 않고 뜻을 독창적으로 요약한다

· 이미지와 음원의 사용 권한을 기록한다

· 역사적 인물의 공과나 공동체의 갈등을 보기 좋게 지우지 않는다

·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범위를 정직하게 밝힌다

'확인 필요'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모르는 것을 그럴듯하게 메우는 순간, 기록은 자료가 아니라 홍보물이 된다.

셋째, 결과물을 한 형식에 가두지 않는다

사진마다 목적을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를 쓰고, 영상에는 정확히 검수한 자막과 원고를 제공하며, 3차원 화면을 쓰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키보드로 읽을 수 있는 평면 목록을 함께 둔다.

W3C의 비텍스트 콘텐츠 지침이 요구하듯 장식이 아닌 이미지에는 동등한 목적을 전하는 텍스트 대안이 필요하다. 자동 생성된 대체 텍스트는 인물, 상징, 방향을 틀릴 수 있으므로 당사자와 검토자가 실제 화면을 대조한다.

접근성은 완성 뒤 붙이는 옵션이 아니라
자료를 고르는 순간부터의 설계다.

덧붙이면 이런 것들도 함께 본다.

· 데이터를 많이 쓰는 화면이 느린 회선에서도 열리는가

· 소리 없이도 내용을 알 수 있고, 화면 없이도 들을 수 있는가

· 글자 크기를 키웠을 때 배치가 무너지지 않는가

· 색으로만 구분한 정보가 있지는 않은가

넷째, 작은 시범 공개를 한다

교역자 한 명, 역사 자료를 아는 교인 한 명, 장애 접근성을 점검할 사람 한 명이 서로 다른 기기에서 살핀다.

링크가 열리는지, 설명이 사진과 맞는지, 휴대전화에서도 읽히는지, 오해를 부르는 신학 표현이 없는지 기록한다.

오류 신고와 삭제 요청 창구, 마지막 검토일, 담당 부서를 페이지에 표시하고 세 달 뒤 재검토 날짜를 정한다.

NIST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의 통제·파악·측정·관리 흐름을 빌리면, 책임자를 정하고 피해 가능성을 찾은 뒤 품질과 접근성을 측정하고 수정·중단 기준을 운영하는 순서가 된다.

다섯째,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먼저 적는다

할 일 목록보다 오래가는 것은 하지 않기로 한 목록이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이 문장은 남는다.

· 얼굴이 식별되는 사진은 개별 동의 없이 올리지 않는다

· 개인을 추적하는 기능은 켜지 않는다

· 확인되지 않은 연도와 작가 이름은 쓰지 않는다

· 사람의 검토 없이 자동 생성된 설명을 게시하지 않는다


4. 문화유산을 살리려다 사람을 지우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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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3차원 모형은 중립적인 복사본이 아니다. 무엇을 찍고 어디를 확대하며 누구의 설명을 붙일지에 따라 공동체의 기억이 달라진다.

건물을 세운 지도자만 강조하고 청소, 수선, 식사 준비를 맡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빼면 디지털 기록도 권력의 시선을 반복한다.

성 베드로 대성전 전시가 과거 보수 작업자들이 벽에 연필로 남긴 흔적까지 소개했다는 보도는 기술보다 기억의 범위를 넓히는 편집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지역 교회도 공식 연혁만 복제하지 말고, 공개 동의를 얻은 범위에서 평범한 봉사의 흔적을 함께 설명할 수 있다.

누구의 이름이 남는가는
기술이 정하지 않는다.
기록하는 사람이 정한다.

개인정보 최소화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고해, 상담, 심방, 아동·청소년 활동, 교인명부, 출석·헌금·재정·인사 자료는 디지털 유산 프로젝트에 섞지 않는다.

공개 행사 사진도 얼굴 공개 동의와 촬영 당시의 기대가 현재의 온라인 3차원 공개까지 포함하는지 다시 판단한다. 십 년 전 주보에 실린 사진을 찍을 때, 그것이 언제든 확대해 볼 수 있는 화면에 올라가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AI 서비스에 올릴 때는 이런 것을 확인한다.

· 학습 사용 여부

· 보존 기간과 삭제 방법

· 저장 지역과 하위 처리자

얼굴을 자동 인식해 이름표를 붙이거나 방문자의 이동을 개인별로 추적하는 기능은 편의보다 감시 위험이 크므로 기본값으로 삼지 않는다.

점검표는 이미 나와 있다

Rome Call for AI Ethics가 강조하는 투명성, 포용, 책임, 공정성, 신뢰성, 보안과 사생활 보호는 이 작업의 점검표가 될 수 있다.

사용한 AI의 역할과 한계를 밝히고, 기계가 만든 설명을 사람이 최종 승인하며, 특정 연령·언어·장애를 배제하지 않는지 확인한다. 잘못된 해설이 발견되면 수정 이력을 남긴다.

무엇보다 디지털 화면 끝에는 예배 안내, 공개 문의, 현장 접근 정보처럼 실제 사람과 장소로 이어지는 선택지를 둔다.

AI는 문턱을 낮출 수 있지만
문 안에서 손님을 맞을 수는 없다.


결론: 더 선명한 화면보다 더 정직한 연결

성 베드로 대성전의 디지털 트윈은 교회가 AI를 말 잘하는 대리인으로만 볼 필요가 없음을 보여 준다.

AI는 방대한 시각 자료를 엮고 보존의 사각지대를 찾으며, 거리와 신체 조건 때문에 닿기 어려웠던 공간을 열 수 있다.

그러나 가상 관람을 신앙 경험 전체로 과장하거나, 공개 동의가 불분명한 사람과 기억을 자료화하면 접근성의 명분이 또 다른 배제가 된다.

지역 교회의 좋은 시작은 거대한 모형이 아니다.

· 공개 가능한 유산 하나를 정확히 기록하고

· 권리와 사실을 확인하고

· 여러 감각과 기기에 맞는 설명을 만들고

· 오류를 고칠 사람을 세우는 일이다

디지털 순례의 목적은 성소를 화면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공동체의 기억을 정직하게 만나고
마침내 실제 관계로 이어지게 하는 데 있다.


참고 자료

· Digital Experience of St. Peter's Basilica, Basilica of Saint Peter — https://virtual.basilicasanpietro.va/en (확인 2026-09-20)

· Vatican, Microsoft unveil AI-generated 'digital twin' of St. Peter's, Catholic News Service / United State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 — https://www.usccb.org/news/2024/vatican-microsoft-unveil-ai-generated-digital-twin-st-peters (게시 2024-11-11, 확인 2026-09-20)

· AI Risk Management Framework,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 https://www.nist.gov/itl/ai-risk-management-framework (확인 2026-09-20)

· Rome Call for AI Ethics, Pontifical Academy for Life / RenAIssance Foundation — https://www.romecall.org/the-call/ (확인 2026-09-20)

· Understanding Success Criterion 1.1.1: Non-text Content, W3C Web Accessibility Initiative — https://www.w3.org/WAI/WCAG22/Understanding/non-text-content.html (확인 2026-09-20)

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9. 21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