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기업 대표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극도의 주의'를 말했다.
9월 23일 프랑스24 등 외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AI 시스템이 더 유능하고 자율적이 될수록 제도보다 빠르게 움직이거나 권력을 너무 적은 사람의 손에 집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우리가 내놓는 AI 기술 하나하나가 실제로 안전하도록, 필요한 만큼 속도를 늦추겠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의 한복판에 선 이들이 국제 무대에서 자제와 협력을 이야기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속도가 곧 선이 아니라는 인식이 시장 바깥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교회에도 이 장면은 가볍지 않다. 교회는 기술에 뒤처질까 봐 조급해지기 쉽다. 그런데 기술을 가장 앞에서 만드는 사람들이 먼저 속도를 늦추자고 말한다면, 교회도 이제 "무엇을 서두르지 않을 것인가"를 물을 수 있는 분위기가 열린 셈이다.
안보리에서 나온 세 가지 제안

이날 발언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아모데이는 국제 협력을 위한 세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 좁은 범위의 국제 합의 — 예를 들어 AI를 생물무기 제조에 쓰지 않겠다는 것처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선부터 긋는다
· 평가와 검증 체계 — 각국이 서로의 약속을 실제로 지키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한다
· 공통 시험 기준과 사고 통보 체계 — AI를 시험하는 기준을 맞추고, 보안 사고가 나면 알린다
올트먼은 중요한 결정은 국민에게 책임지는 민주적 제도와 정부가 내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파멸론과 맹목적 낙관이라는 양쪽 극단을 모두 피하자고 했다.
이 세 가지 제안은 국가 사이의 이야기지만, 교회 안으로 옮겨 오면 놀랄 만큼 잘 들어맞는다.
좁은 합의부터. 교회가 AI 사용 원칙을 한꺼번에 완성하려 하면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다. 대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선 하나부터 긋는다. "상담과 심방 기록은 어떤 AI에도 넣지 않는다." 이 한 줄이면 시작할 수 있다.
검증 체계. 원칙을 정했다면, 그것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AI가 만든 초안은 누가 확인하는가. 게시 전에 누가 승인하는가.
사고 통보. 틀린 내용이 나갔을 때 성도가 알릴 창구가 있는가. 누가 고치고, 고쳤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리는가.
거대한 원칙보다 좁은 합의 하나,
좋은 의도보다 확인하는 사람 하나가
교회를 더 안전하게 지킨다.
한국 교단은 이미 기준을 세우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한국교회도 비슷한 질문을 제도로 옮기고 있다.
예장합동은 제111회 정기총회에서 '인공지능 윤리 및 신앙 활용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담임목회자 88.7%가 이미 생성형 AI를 쓰고 있다는 조사가 배경이었다. 논의의 초점은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신학적으로 바르게 쓸 것인가'로 이미 넘어가 있었다.
응답자들이 가장 크게 느낀 어려움은 신학적 오류와 부정확한 정보였고, 설교문 초안 같은 핵심 창작에서는 신학적 적절성 평가가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가이드라인은 AI를 인격이 아닌 고도의 지능적 장치로 이해하고, 오직 성경, 인간의 존엄, 성령의 주권, 인격적 목양, 신학적 분별, 진실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기장 총회도 디지털위원회의 'AI 목회 윤리기준 마련' 헌의를 통과시켜, 사실·출처 검증, 저작권·표절, 개인정보 보호를 교단 차원에서 다루기로 했다.
'허용'에서 '기준'으로. 교단을 가로질러 같은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두 총회의 결정은 지난 글 「교단 AI 목회 가이드라인 정리」에서 자세히 다뤘다.
교단의 기준이 개교회의 기준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총회 가이드라인은 방향을 준다. 그러나 우리 교회의 구체적인 결정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인격적 목양"이라는 원칙은 분명하지만, 우리 교회에서 AI로 심방 일정을 정리해도 되는지, 새가족 환영 문자를 AI로 써도 되는지는 각 교회가 정해야 한다.

그래서 작은 교회일수록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맡기지 않을지"를 먼저 적어 두는 일이 필요하다. 행정 부담을 AI로 덜어 낼 유혹이 큰 곳일수록 더 그렇다.

이 표는 정답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교회마다 칸이 다르게 채워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칸을 나누는 일 자체다. 한 번 적어 두면, 새 도구가 나올 때마다 처음부터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목회의 진짜 시험대는 성도의 삶 쪽에 있다
그런데 목회의 진짜 시험대는 설교 초안보다 성도의 삶 쪽에 더 가깝다.
미국장로교(PCUSA)가 8월 말 소개한 교회 AI 툴킷은 흥미로운 전환을 보여 준다. 버지니아신학대학원 트라이탱크 연구소가 주도한 설계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처음엔 설교와 행정용 AI를 주로 논의할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목회실 문을 두드릴 현실에 더 주목했다.
· 고인과의 대화를 흉내 내는 챗봇
· 음성 복제 사기
· 딥페이크 협박
· 청소년의 AI 동반자 집착
· 자동화로 인한 실직
툴킷 발표자들은 이를 새로운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이미 익숙한 경청·동행·분별·공동체 돌봄의 연장선으로 보았다. 배우자와 사별한 뒤 챗봇에 의존하게 된 교역자 사례를 두고 한 사제는 "그건 기술 이슈가 아니라 애도 이슈"라고 말했다. 루이스센터가 최근 강조한 말과도 맞닿는다. AI에 대한 성도의 질문은 전문가 자문이 아니라 목회 돌봄의 자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 가지 아픔 앞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
고인을 흉내 내는 챗봇. 떠난 가족의 말투를 흉내 내는 챗봇에 매달리는 성도가 있다면, 먼저 그 기술을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무엇을 잃었는지 들어야 한다. 챗봇은 대화를 이어 주지만 애도를 끝내 주지는 않는다. 교회는 고인에 대한 기억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서두르지 않는 공동체가 되어 줄 수 있다.
음성 복제 사기. 자녀의 목소리를 흉내 낸 전화로 급한 돈을 요구하는 사기는 어르신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교회는 어르신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짧게 알려 줄 수 있다. 목소리만 듣고 돈을 보내지 않기, 전화를 끊고 가족에게 직접 다시 걸기, 가족끼리만 아는 확인 암호를 미리 정해 두기. 설교 한 편보다 이런 안내 한 번이 성도의 삶을 실제로 지킬 때가 있다.
딥페이크 협박. 합성된 사진이나 영상으로 협박을 받은 사람은 대개 수치심 때문에 말하지 못한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사실 여부를 캐묻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탓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해 주고 신고와 전문기관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청소년의 AI 동반자. 아이가 챗봇과의 대화에 깊이 빠져 있다면, 금지부터 하면 대화가 닫힌다. 왜 그 대화가 편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사람에게 하지 못한 말을 기계에게는 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기술의 문제이기 전에 관계의 문제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배우는 자리가 필요하다.
자동화로 인한 실직. 일자리를 잃었거나 잃을까 불안한 성도에게 교회는 위로의 말과 함께 실제적인 연결을 도울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가치가 일의 효율로 매겨지지 않는다는 것, 일은 여전히 하나님이 맡기신 부르심이라는 것을 다시 말해 줄 수 있다.
성도의 상실과 고독과 두려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AI라는 새 옷을 입고 찾아올 뿐이다.
누구의 말인지 분별하는 용기

이 세 흐름을 겹쳐 보면 공통점이 선명하다.
세계는 AI의 속도를 늦출 필요를 말하기 시작했다. 한국 교단은 도구와 인격적 목양의 경계를 문서로 세웠다. 현장 목회는 성도의 상실과 고독과 두려움이 AI라는 새 옷을 입고 찾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목회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최신 모델 정보가 아니라, 누구의 말인지 분별하고 무엇을 자동화하지 않을지 지키는 용기일 수 있다.
AI가 자료를 모으는 일은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말씀을 해석하고 선포하며, 손을 잡고 기도하는 일은 사람의 자리로 남겨 두어야 한다. 성령의 주권과 인격적 목양은 효율로 대체되지 않는다.
총회가 강조한 '인격적 목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성도의 이름을 부르고, 눈물을 함께 견디는 구체적 실천이다. 기계는 이름을 기억할 수 있지만, 그 이름을 부르며 함께 울지는 못한다.
더 빠른 답인가, 더 느린 돌봄인가

한 주간의 뉴스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교회는 더 빠른 답을 자랑할 것인가, 아니면 더 느린 돌봄을 지키며 기술을 도구로 둘 것인가.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조차 속도를 늦추겠다고 말하는 때다. 교회가 속도를 따라잡으려 서두를 이유는 더더욱 없다. 오히려 교회는 사람들이 멈추고 돌아볼 수 있는 곳, 빠르게 답하기보다 오래 곁에 머무는 곳이 되어야 한다.
총회 가이드라인과 윤리기준, 그리고 목회 돌봄 자원들은 그 질문의 출발선이다.
속도를 칭찬하는 시대에,
분별을 예배로 삼는 공동체로 남기를 바란다.
함께 읽기
· 교단 AI 목회 가이드라인 정리 | 예장합동·기장 총회가 그은 책임의 선 — https://blog.naver.com/haramprok/22441991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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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목사 '디지털 쌍둥이' 사례 | 목회자 AI는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가 — https://blog.naver.com/haramprok/224419635994
AI 목사 '디지털 쌍둥이' 사례 | 목회자 AI는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가 ↗
참고 자료
· AI leaders urge caution at UN, with Anthropic chief pledging to slow down, France 24 — https://www.france24.com/en/americas/20260923-ai-leaders-urge-caution-at-un-with-anthropic-chief-pledging-to-slow-down (확인 2026-09-24)
· Sam Altman, Dario Amodei urge UN Security Council to adopt international AI standards, CNN — https://www.cnn.com/2026/09/23/tech/altman-amodei-ai-safety-un-security-council (확인 2026-09-24)
· 기독일보, 크리스천투데이 총회 보도 (2026년 9월) / PCUSA 교회 AI 툴킷 소개 (2026년 8월)
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9. 24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