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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성경번역 사례 | 초벌 번역보다 공동체 검토, 지역 교회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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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성경을 번역한다는 말은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부른다.

위클리프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2025년 8월 기준으로 낸 통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쓰이는 언어는 7,396개다. 이 가운데 544개 언어, 약 3,680만 명은 아직 번역이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번역 작업이 진행 중인 4,457개 언어 가운데 1,712개는 아직 한 절도 옮겨지지 않았다. 수어도 392개가 있다.

번역이 없거나 부족한 언어 공동체에는 속도가 절실하다. 그러나 유창한 문장이 곧 충실한 번역은 아니다.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는 가장 현실적인 모습은 AI가 완성본을 선포하는 장면이 아니다. 기존 번역 자료를 바탕으로 AI가 초벌을 만들고, 모어 화자와 번역자와 자문자가 검토하는 작업이다. 지역 교회가 배울 점도 여기에 있다. 기술의 속도를 자랑하기보다 공동체의 언어와 검증 권한을 더 단단히 세우는 일이다.


확인되는 사례는 '자동 완성'이 아니다

SIL이 운영하는 Scripture Forge의 공식 소개는 이 서비스를 팀 기반 번역을 위한 온라인 도구라고 설명한다. 공동 편집, 기존 번역을 활용한 AI 초벌 생성, 언어 공동체의 피드백을 받는 점검 기능이 함께 제시된다. 전문 번역 소프트웨어인 Paratext와 연결되어 있어 기존 번역팀이 그대로 이어서 쓸 수 있다.

핵심은 세 기능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계가 첫 문장을 제안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같은 프로젝트에서 고친다. 공동체는 점검 질문에 글이나 음성으로 답하고, 번역위원회가 그 의견을 받는다. 멀리 흩어져 사는 디아스포라 공동체도 자기 언어로 번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 자문가의 '초안 0'

위클리프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2025년 6월 게재한 글의 필자는 한국 GBT(성경번역선교회)의 번역 자문가 장태호 박사다. 그는 Scripture Forge의 AI 초벌 기능이 2024년에 공개되었고, 전 세계 500개 가까운 프로젝트에서 사용 중이거나 준비 중이라고 전한다.

이 수치는 독립 평가가 아니라 관련 사역자의 공개 보고다. 그대로 성과로 부풀려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진술은 따로 있다. 이 시스템이 만드는 것은 '초안 0'일 뿐이며, 그 뒤로는 기존 번역 절차와 사람의 감독이 그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경고도 분명히 한다. 학습 자료가 적거나 품질이 낮은 프로젝트는 결과도 나쁘다. 그리고 AI가 충실성보다 유창함을 앞세울 때, 자연스러운 문장이 원문의 뜻과 어긋난 표현을 가릴 수 있다. 주해와 신학적 뉘앙스가 걸린 판단은 끝까지 사람이 최종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같은 해 다른 글에서도 그는 성령의 인도를 받는 사람의 감독과 권위가 번역 과정 전체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지적이 하나 더 있다. AI가 모어 번역자의 역할을 '쓰는 사람'에서 '평가하고 다듬는 사람'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AI를 쓰기 전에 손으로 번역해 본 경험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직접 써 본 사람만이 기계의 문장을 제대로 의심할 수 있다.

매끄러운 문장보다
원문과 대조된 문장이 먼저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사례는 AI 도입의 질문을 바꾼다. "몇 달을 줄였는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누가 원문과 대조하는가. 모어 화자의 이견은 어디에 기록되는가. 신학적 판단의 최종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

공개 자료만으로 개별 프로젝트의 정확도, 실제 단축 기간, 공동체 만족도를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런 성과는 프로젝트별 독립 검증이 필요한 '확인 필요' 항목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핵심 용어는 공동체 전체의 몫이다

번역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곳은 핵심 용어다. 양을 본 적 없는 공동체에서 "하나님의 어린양"을 어떻게 옮길 것인가. '은혜', '의', '언약'처럼 그 언어에 딱 맞는 말이 없는 개념은 어떻게 할 것인가.

2010년대 초에는 무슬림권 번역에서 "하나님의 아들"과 "아버지"를 다른 표현으로 옮기는 문제를 두고 큰 논쟁이 있었다. 결국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의 독립 검토위원회가 꾸려졌고, 2013년 위원회는 가족 관계를 나타내는 가장 직접적인 말로 옮기라고 권고했다. 사람이 하는 번역에서도 핵심 용어 하나가 교회 전체의 신학적 검토를 필요로 했다. AI가 한 번에 수천 절을 제안하는 시대라면, 이런 검토는 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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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번역은 영상과 정체성의 문제까지 드러낸다

같은 연합체가 2025년 5월 소개한 수어 번역 사례는 번역이 문자를 바꿔 끼우는 일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해 4월 미국 댈러스 근교에서 열린 '미셔널 AI 서밋'에서 농인 사역 단체 DOOR International이 발표한 내용이다.

기사에 따르면 Chameleon은 별도의 센서 없이 여러 대의 카메라로 사람의 수어 동작을 포착하고, 외모와 나이, 성별, 배경, 수어 스타일을 달리한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기사는 이 도구가 이미 배치되어 쓰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SIL의 Lava와, 아바타 영상에서 특정 수어 동작만 찾아 바꾸려는 Avodah Connect는 아직 개발 중인 기술로 소개된다.

이미 쓰이는 기능과 개발 중인 약속을 섞어 말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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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바꿨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아바타는 수어 제공자가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지역에서 신원을 가리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얼굴을 바꿨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움직임 데이터, 원본 영상, 음성, 접속 기록이 어디에 얼마나 남는지 확인해야 한다. 작은 수어 공동체에서는 손의 표현 습관만으로도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다. 또 수어는 지역과 공동체에 따라 다르다. 보기 좋은 영상이나 기술자의 판단이 모어 수어 사용자의 검토를 대신할 수 없다.

기사 자체도 사역 기관의 행사 발표를 바탕으로 한 보고다. 실제 정확도와 안전성은 각 프로젝트에서 따로 검증해야 한다.


우리 성경도 모어 화자의 검토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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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 화자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리 역사에도 새겨져 있다.

1870년대 말, 만주에서 선교하던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로스는 조선인 청년들과 함께 성경을 한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응찬, 백홍준, 서상륜 같은 이들이 번역을 돕고 문장을 다듬었다. 그렇게 1882년에 누가복음이, 1887년에 신약 전체가 『예수셩교젼셔』로 나왔다.

선교사에게는 원문과 신학이 있었고, 조선인 동역자들에게는 살아 있는 우리말이 있었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한글 성경이 나올 수 없었다. 이후 성경이 서울에서 여러 차례 다시 번역되고 개정될 때마다, 번역위원회와 교회가 함께 문장을 읽고 고쳤다.

오늘 우리가 강단에서 읽는 성경은 수많은 사람의 검토를 거쳐 우리에게 왔다. AI 시대에도 이 원리는 달라지지 않는다. 기계가 초벌을 쓰더라도, 그 말씀을 자기 언어로 받아 읽을 공동체가 마지막까지 확인해야 한다.


지역 교회가 참여하는 다섯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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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요청과 합의부터 확인한다. 교회 단독의 'AI 성경번역 프로젝트'를 열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번역 기관과 해당 언어 공동체의 요청이 있는지 확인한다. 저작권, 원문 자료 사용권, 번역 책임 구조를 문서로 합의하지 못하면 시작하지 않는다.

둘째, 사람이 만든 자료가 있는지 살핀다. AI를 쓰기 전에 사람이 완성한 양질의 번역 자료와 용어표가 있는지 본다. 자료가 부족한데 속도만 요구하면 매끄러운 오류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셋째, 역할표를 만든다. AI는 초벌 후보와 대조할 지점을 제안한다. 모어 화자는 자연스러움과 문화적 의미를 판단하고, 성서학·번역 자문자는 원문 충실성과 핵심 용어를 검토한다. 지역 교회는 기도, 재정, 장비, 안전한 검토 공간으로 섬길 수 있다. 다만 최종 문구를 후원자의 언어 감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넷째, 짧은 본문으로 시범 운영한다. 각 제안마다 사용한 원자료, 모델이나 도구의 버전, 수정 이력, 이견, 승인자를 남긴다. AI가 쓴 문장과 사람이 확정한 문장은 따로 보관한다.

다섯째, 실제 공동체 점검을 거친다. 이해 질문은 "좋습니까?"가 아니다.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사건이 어떤 순서로 흘러가는지, 핵심 개념을 듣는 사람이 어떻게 이해했는지가 드러나도록 짠다. 글을 읽기 어려운 참여자를 위해 음성·영상 응답 통로도 마련하되, 동의와 삭제 기한을 분명히 한다.

오류율 몇 퍼센트 같은 하나의 숫자로 통과시키지 않는다. 뜻의 누락과 첨가와 왜곡, 부자연스러운 표현, 민감한 정보 노출을 각각 기록한다.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면 배포를 멈추고, 이미 공유된 파일을 회수하고 정정하는 절차를 실행한다.

통과 기준과 중단 기준은 시작 전에

시범 운영의 기준도 시작하기 전에 정한다.

원문 구절과 초벌, 수정본이 한 화면에서 추적되는가. 모든 중요 용어에 자문자의 확인이 있는가. 공동체 점검에서 나온 이견이 해결되었거나, 미해결로 분명히 적혀 있는가.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반대로 출처 없는 문장이 섞였거나, 승인 기록이 끊겼거나, 참여자가 자료 삭제를 요청했는데 이행할 수 없다면 멈춘다.

교회에 보고할 때는 생성 속도만 내세우지 않는다. 사람이 고친 유형, 남은 불확실성, 재검토 일정을 함께 알린다. 잘못을 빨리 발견해 멈춘 것도 실패가 아니라 책임 있는 성과로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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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와 교육에 쓸 때는 더 엄격하게

이 원칙은 번역본을 예배와 교육에 쓸 때 더욱 엄격해진다.

목회자는 AI 초벌을 곧바로 설교 본문이나 화면 자막에 붙이지 않는다. 프로젝트가 승인한 판본인지 먼저 확인한다. 임시 표현이라면 임시본임을 분명히 표시하고, 공인된 번역과 대조한다.

회중이 기술 시연의 시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용 목적과 오류를 신고할 통로를 알리고, 문제가 제기되면 예배의 편의보다 공동체의 신뢰를 먼저 지킨다.

국내 이주민 예배나 다문화 가정 모임에서 AI 번역기로 그 자리에서 성경 본문을 옮겨 띄우는 일도 같은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 편리하지만, 그 언어를 아는 사람의 확인 없이 '말씀'으로 화면에 올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가능하면 그 언어의 공인 번역본을 찾아 쓰고, 없다면 참고용임을 밝힌다.


속도보다 먼저 세울 목회적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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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자료에는 상담 기록이나 교인 명부가 없어도 위험이 있다. 박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번역자 이름, 영상, 위치, 소수 언어 공동체의 음성은 그 자체로 민감할 수 있다.

입력은 최소화한다. 가능한 경우 가명과 내부 ID를 쓴다. 서비스의 저장, 학습 사용, 접근 권한, 삭제 정책은 그날의 공식 문서와 계약에서 확인한다. 외부 전송이 허용되지 않은 자료는 편의를 이유로 공개형 AI에 넣지 않는다.

저작권과 출처도 작업 초기에 확인한다. 기존 성경 번역, 원문 데이터, 사전과 주석을 학습 자료나 프롬프트에 쓸 권리가 있는지 따로따로 기록한다. 생성 결과가 다른 번역의 표현을 길게 재현하지 않는지 점검하고, 배포본에는 사람이 검토한 번역이라는 책임 주체와 판본 정보를 분명히 둔다.

편향과 환각에 대한 검토는 맞춤법 검사 뒤에 덧붙이는 장식이 아니다. 원문 대조, 역번역, 공동체 이해도 점검으로 구체적인 절차가 되어야 한다.

NIST의 순서에 영적 책임을 더해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는 자발적으로 쓰는 일반 지침이다. 성경번역의 신학적 기준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책임을 정하고(Govern), 사용 맥락을 파악하고(Map), 위험을 측정한 뒤(Measure), 관리하는(Manage) 네 단계의 순서는 교회에도 유용하다.

교회는 여기에 영적 책임을 더해야 한다. AI는 성령의 인도, 번역자의 소명, 공동체의 언어 권리, 교회의 가르침 책임을 대신하지 않는다. 특히 "AI가 번역했다"는 홍보 문구가 후원 성과를 과장하거나, 모어 화자들이 오랫동안 들인 수고를 지워서는 안 된다.

기계가 초벌을 쓰더라도,
말씀을 자기 언어로 받아 읽을 공동체가
마지막까지 확인한다.


좋은 도구는 사람의 권한을 선명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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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성경번역의 공개 사례가 보여 주는 가능성은 사람 없는 번역이 아니다. 초벌 작업의 부담을 덜고, 그만큼 더 많은 검토를 조직하는 데 있다.

그 가능성이 실제 유익이 되려면 끝까지 물어야 한다. 원문에 충실한가. 공동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 사람과 자료는 안전한가.

지역 교회의 바른 참여는 완성 속도를 재촉하는 일이 아니다. 모어 화자의 판단을 중심에 두고, 오류를 숨기지 않으며, 최종 결정과 목회적 책임을 사람이 지는 검토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다. 140여 년 전 만주에서 조선인 청년들이 선교사 곁에 앉아 문장을 고쳤듯이, 말씀은 언제나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손을 거쳐 그들에게 닿는다.


함께 읽기

· 유튜브 자동 자막 검수 7단계 | 예배 영상을 접근성 사역으로 바꾸는 법 — https://blog.naver.com/haramprok/224421404938· Pulpit AI 사례로 본 설교 후속 콘텐츠 | 주일 설교가 월요일의 대화가 되려면 — https://blog.naver.com/haramprok/224421936485

참고 자료

· Scripture Forge 공식 사이트 (SIL International) (확

인 2026-09-27)

· Taeho Jang, The Impact of AI on Bible Translation: Opportunities and Challenges, Wycliffe Global Alliance (2025.6.20)

· AI opens a new world for sign language translation, Wycliffe Global Alliance (2025.5.20)

· Special Report – AI, Bible Translation & the Church, Wycliffe Global Alliance (2025.5.20)

· 2025 Global Scripture Access, Wycliffe Global Alliance (2025.8.1 기준)

· AI Risk Management Framework, NIST (확인 2026-09-27)

이 글은 손하람 목사의 창가에 2026. 9. 27에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